내인생의 노래들 6. George Winston 조지 윈스턴
그해 나는 미성년자에서 막 사회로 발을 내디딘 초년생이었다.
금융기관의 문을 처음 열고, 어색한 정장을 입고,
아직 낯선 세상을 배우던 시절. 출퇴근길은 버스 대신 두 발이었다.
약 40분. 매일 걸어야 하는 길 위에 나의 하루가 차곡차곡 쌓였다.
그 길의 동반자는 늘 마이마이 카세트 플레이어.
고교 시절 내 정서와 성적을 지탱해준 것은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피아노곡이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밤을 새워 공부했고,
그 덕분에 나는 이른 나이에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있었다.
어느 추운 겨울 저녁, 퇴근길에 우연히 작은 카세트테이프 가게에 들렀다.
손끝이 시릴 만큼 차가운 공기가 따라 들어오자, 가게 안은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또 다른 피아노곡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내가 묻자,
주인장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팝 스타일을 좋아하셨으니, 이번엔 재즈 스타일을 들어보세요.”
그리고 내 손에 얹어진 하얀색 배경의 테이프.
George Winston – December.
그날 밤, 그 음악은 나의 겨울을 바꾸어 놓았다.
차갑게 얼어붙은 공기 속을 걸으며 귀에 스며드는 피아노 선율.
귓가에 들려오는 그 음표들은 마치 눈발처럼 내 머리 위에 흩날렸다.
특별한 생각이 없었는데도, 나는 몽환 속에서 걷고 있었다.
어쩌면 아무런 공상조차 필요 없었다.
그 고요함 자체가 내 하루에, 내 삶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었으니까.
그날 이후, 나의 겨울은 달라졌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내 안에는 고요한 온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건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루의 리듬을 바꾸는 마법, 내 삶의 겨울을 포근하게 만드는 작은 기적이었다.
조지 윈스턴의 December는 지금도 내게 그 시절의 공기와 발자국 소리를 불러온다.
그리고 그때처럼 속삭인다.
“고요 속에서도, 너의 하루는 충분히 따뜻하다.”
� George Winston – December (1982)
조지 윈스턴은 미국의 피아니스트로, 담백하고 서정적인 연주 스타일로 사랑받았다. December는 그의 대표작으로, 겨울의 고요함과 평화를 담은 명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