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둘레길
서울의 한가운데, 계단 위로 숨을 몰아쉬며 걷는다.
무려 700개가 넘는 계단,
숨은 가쁘고 다리는 무겁지만,
앞서 걷는 작은 존재는 한 번도 칭얼거리지 않는다.
해로.
내 반려견, 내 동반자.
나는 가끔 잊는다.
이 아이가 나보다 작고 여리다는 사실을.
숨 가쁘게 계단을 오르면서,
조용히 옆을 지켜주는 해로를 보았다.
말없이 함께 걷는 이의 따스함이란,
생각보다도 더 깊고 묵직하다.
우리도 그때... 어쩌면 말없이 걷는 걸음이 절실했는지도 모른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혹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상상의 존재이건 간에
내 곁에서 위안이 되어주는 무언가 없이 살아간다는 건,
그 자체로 끔찍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홀로 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함께 걷는 법’을 배우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써야 한다고.
함께 걸으면
같은 풍경도 다르게 보이고,
같은 길도 더 오래 기억된다.
걸음의 무게가 반으로 줄어드는 기적.
그건 오직 ‘함께’ 일 때만 가능한 일이다.
남산.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숲.
오늘 내가 평온을 얻은 이곳도
사실은 늘 곁에 있었던 공간이다.
하지만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비워야 보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아마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먼 곳만 바라보며 놓치고 있는
가까운 평온.
그건 언제나 우리 안에,
혹은 아주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해로는 오늘도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조용한 걸음 하나하나가
내게는 문장이고, 시이고, 위안이다.
❤️평범하지만 소소한 행복이 있는 당신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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