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앓았던 병 뜬금포 증후군
회의라는 것이 반드시 무겁고 진지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원칙이 있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회의에는 묘한 환자들이 출몰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도끼병’ 환자들이죠.
심지어 저 자신도 이 병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더 심한 환자가 나타나야 자신의 병을 깨닫게 되죠
이 병의 증상은 단순합니다.
누군가 입을 열면, 그 말을 도끼로 ‘쾅’ 잘라버리고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겁니다.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하지만, 정작 환자 본인은 병에 걸렸다는 걸 전혀 모릅니다.
“내가 무슨? 난 그냥 할 말 한 건데?”라며 당당합니다.
특히 직위가 높을수록 발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하위직원은 어렵게 용기 내어 의견을 꺼냈는데,
윗분께서 “그건 그렇고 말이야” 한 마디로 분위기를 싹 바꿔버리는 거나,
심지어 그 말에 반응도 안 하고 다른 말을 해버리죠
회의실엔 보이지 않는 참사가 일어납니다.
의견은 잘려나가고, 직원의 마음은 그 자리에서 식물처럼 시들어버립니다.
더 무서운 합병증은 바로 “뜬금포 증후군”인데요
업무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사적인 일을 자랑하거나,
주말에 본 드라마 얘기를 꺼내는 경우입니다.
그때 회의실 공기는 미소 속 묘한 정적에 휩싸이고,
모두의 눈빛은 “지금 이게 무슨 얘기지?”라는 긴급 메시지를 교환합니다.
그렇다고 환자들에게
“제발 제 말 좀 자르지 마세요”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친한 사이라면 웃으며 할 수 있겠지만,
직급 차이가 있으면 그 한 마디가 인생 최대의 모험이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이겁니다.
한 번쯤은 회의를 전부 녹화하세요.
그리고 그 영상을 객관적인 누군가에게 또는 AI한테 보여주죠.
놀랍게도 3자의 시선, 기계는 우리의 도끼질을 하나하나 잡아낼 겁니다.
아마 보고 있던 AI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여러분, 인간이 저보다 훨씬 무례하네요.”
웃픈 이야기지만, 진짜입니다.
결국 대화라는 건 칼이 아니라 다리여야 합니다.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회의실은 훨씬 따뜻해질 수 있어요
도끼를 내려놓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소통이라는 숲을 함께 걸어갈 수 있게 되니까요.
평범하지만 소소한 행복이 있는 당신의 하루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