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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종은 Oct 26. 2020

내가 사라지는 느낌

내 인생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2020년은 누구에게나 그랬겠지만, 난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사람들과의 접촉을 거의 하지 못했다. 2월부터 회사의 방침에 따라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코로나 유행이 끝나지 않으면서 그대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으로 이어졌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고사하고 가족들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병원에서 일하시는 아빠는 갓난아기에게 혹시라도 질병을 옮길까 봐 마스크를 낀 상태로 아기를 안아보신다. sns를 보면 그럼에도 다들 잘 만나고 다니는 것 같은데, 내가 너무 유난 떠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혹시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아무래도 누군가를 만나는 게 꺼려지긴 한다.


그러다 보니 완벽하게 고립된 생활이 되었다. 거의 1년 동안 집에서 올드보이처럼 갇혀 지내고 있다. 외부인과의 접촉도 차단됐고, 그나마 인터넷과 tv는 잘 돼서 다행이다. 결혼 전에는 매일매일이 친구들과 저녁 약속으로 바빴는데, 이제 내가 결혼 전에 뭐 하던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누구였는지 완벽하게 리셋이 된 것 같다. 삼십여 년간의 인생이 모두 사라지고 아이의 엄마로만 살고 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통제된 상황이라 더 그런 것 같다.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새벽 6시쯤 아이가 깨면서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 아이를 돌보다가 아이가 잠들 때쯤 남편이 퇴근하면 짧은 둘만의 시간을 보내다 잠든다.


아이가 너무 좋긴 한데, 문득 내가 사라진 느낌이 들면 서러운 마음이 든다. 나는 내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아이의 인생을 위해 존재하는 느낌이랄까. 이런 기분은 예전 국회에서 일할 때도 잠깐 받은 적 있다. 나란 존재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타인을 위해 쓰이는 느낌. 내가 그 좋다던 국회의원 보좌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이유 중 하나였다. 남을 위한 삶이 아닌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어서.


그런데 육아를 하며 그런 생각이 들다니. 너무 사랑하고 하루 종일 아이와 꽁냥거리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엔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드나 보다. 나도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나를 위해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내 삶에서 나는 사라지고 오로지 아이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게 오랜 시간 내가 하고 싶어 하던 게 아니었나. 그토록 원했던 아인데 말이다. 그럼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나는 지금 아이를 위해서만 맞춰 사는 게 아니고 그냥 내 목표대로 내 인생 살아가고 있는 건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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