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생기고 자존감이 충만해지는 이유는 바로 아이들의 사랑 덕분이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사랑해 주니.
아이가 태어나기 전 까진 남편이 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엄마는 예외). 병아리가 엄마 닭을 따라다니는 것 마냥 내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던 남편이었다. 그런 사랑을 받으며 결혼을 결심했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에 퐁당 빠져 살았다. 그런데 아이가 주는 사랑의 한계점은 이를 훨씬 뛰어넘었다.
아이들이 주는 사랑엔 조건이 없고 언제나 갑은 나다. 아이에겐 내가 세상이고 진리고 전부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은 의심의 여지없이 다 믿어주고, 내가 실수하고 화를 내더라도 내게 매달린다. 남녀 사이에서 암만 갑의 연애를 한다 치더라도 세상에 이런 슈퍼 파워 갑의 사랑을 해본 사람이 있을까. 나의 작은 말 한마디와 행동이 아이의 세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알기에 책임감이 커지고 더 소중히 다루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받는데,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귀엽다. 너무너무 귀엽다. 내가 아이 앞에서 잠시 핸드폰이라도 보고 있으면 열심히 기어 와서 자기 봐달라고 씩 웃는다. 그렇게 하는데 어떻게 핸드폰을 내려놓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잠시 화장실에 가려 하면 어떻게 알고 따라온다. 분명 거실에서 혼자 잘 놀고 있었는데, 어느새 화장실 문 앞에 빼꼼 고개를 내밀며 웃는다. 찾았다~! 말하는듯한 그 웃음이 얼마나 예쁜지. 나를 찾아온 아이를 안아 앉고 하던 일을 마저 한다.
네 아빠도 화장실은 안 따라왔는데 ㅎ
이런 사랑은 남녀사이만으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크기다. 아이가 있어 내 삶이 사랑으로 가득 찼다. 혼자일 때보다 육체적으로는 힘들 수는 있지만, 그 정도는 백번이고 감수할 만큼 아니 사실 평상시엔 사랑에 취해 힘든지도 모를 만큼(가끔 정신 차리면 힘들달까) 행복에 겨운 삶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