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by 조이랑

이미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엄마는 네 이름을 불러 준 적이 없어.


세포에 불과한 너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대단했어. 갑작스러운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머릿속엔 안개가 자욱했고, 마음속엔 우울이 너울처럼 밀려왔어. 이어진 입덧은 몸의 생기마저 앗아갔고.


네가 단지 아주 작은 세포였다는 점도 태명을 미루게 된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아. 그러다 네가 눈사람을 닮은 형상이 되고, 점점 사람의 모습을 갖춰가면서 엄마와 아빠는 비로소 ‘우리 아이에게 이름이 필요하겠구나’하고 느끼기 시작했어.


이름은 미뤘지만, 너를 맞이할 준비까지 미룬 건 아니야. 너를 위해 보험에 가입하고, 산후조리원을 예약하고, 베이비페어에도 다녀왔어. 그런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묻더라.

“우리 아기, 태명이 뭐예요?”

임신 초반에는 산모 이름만 물었는데, 언젠가부터 네 이름을 묻기 시작하는 거야. 다들 널 내 안에 존재하는 세포가 아니라, 나와는 다른, 또 하나의 생명으로 바라보는 거지.

그때부터 마음이 급해졌어. 더는 네 이름을 미룰 수 없겠더라. 그렇게 너의 태명을 고민하기 시작했어.


생각보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어. 너무나 예쁜 이름이 금세 떠올랐거든.

그게 바로 ‘명랑’이야.


엄마의 입덧이 절정이던 때였어. 일주일 만에 체중이 2~3kg이나 빠질 정도로 제대로 음식을 먹지도, 충분히 잠을 자지도 못했어. 결국 병원을 찾았지. 약해진 엄마 때문에 네가 힘들진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 불안한 마음으로 너의 안부를 확인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우리 아기, 너무 잘 놀고 있어요!”

엄마는 시큰둥하게 대답했어.

“저 때문에 아기도 잠을 못 자나 봐요.”

그렇게 대꾸하며 초음파 화면을 바라보는데, 어쩜! 네가 너무 평화롭게 그리고 명랑하게 잘 놀고 있는 거야. 고개도 까딱까딱, 손발도 오물조물.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는지 몰라. 그날, 너는 엄마한테 큰 설렘을 안겨 주었어. 그리고 그 설렘 덕분에 엄마는 다시 생기를 되찾을 수 있었어.


엄마와 아빠는 네가 명랑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해.

밝고 사랑스러운 기운이 가득해 주위 사람들까지 환하게 밝혀주는 사람.

불평보다는 감탄을, 불만보다는 감사를 먼저 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아이로, 그런 어른으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우리는 네게 ‘명랑’이라는 이름을 선물하기로 했어. 그리고 우리도 네게 명랑한 부모가 되어주기로 다짐했지.


명랑아, 우리 함께 명랑한 가정을 만들어 가자.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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