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나 출산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결혼한 친구들을 만나도 딱히 임신이나 육아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어. 그 분야에 관해서는 관심도, 궁금증도 별로 없었거든. 그러다 보니 임신이나 출산에 대해선 드라마에서 본 게 전부일만큼 몰랐어. 예를 들어, 입덧은 그저 음식을 앞에 두고 잠깐 ‘욱’하고 마는 건 줄 알았어.
그런데 생각보다 여러 종류의 입덧이 있더라. 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던 ‘욱’은 주로 임신 초기의 ‘냄새덧’이래. 가장 보편적인 건 ‘먹덧’이고. 마냥 많이 먹는 증상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먹지 않으면 속이 울렁거리는 입덧이었어. 그리고 ‘체덧’.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식도에 걸린 것처럼 느껴지는 상태지. 마지막은 ‘토덧’. 말 그대로 먹는 족족 다 토해내는 거야.
엄마도 처음엔 냄새덧과 먹덧으로 시작했어. 음식 냄새에 예민해져서 냉장고 문조차 열기 힘들었고, 젓갈 냄새가 역해서 한동안 김치도 먹지 못했어. 점점 먹지 못하는 음식은 늘어가는데, 먹지 않으면 속이 울렁거렸어. 먹고 싶은 건 없는데 뭔가를 먹어야 하니 매일매일이 고역이었어. 그때 딸기를 참 많이 먹었던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서 체덧과 토덧까지 더해졌어. 입덧 증상의 대부분이 한꺼번에 찾아온 거야. 집안의 모든 냄새가 불쾌했고, 속이 울렁거리다 못해 조금만 먹어도, 심지어는 물만 먹어도 체한 듯 명치가 아팠어. 그러다 결국 토하고 또 토했지.
그 무렵 감기까지 걸렸어. 처음에는 가벼운 잔기침 정도였는데, 잘 먹지 못해서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금세 악화되더라. 목은 부어 찢어질 듯 아팠고, 목소리는 나오질 않았어. 낮에는 토하고, 밤이면 기침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지.
이제야 고백하면 그때 엄마는 임신을 잠깐 후회했었어. 자연스럽게 네가 찾아오면 너를 반갑게 맞이해야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임신이나 출산에 대해 자세히, 그리고 깊이 알아보고 신중히 결정하지 않은, 안일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어. 혹시라도 너를 잃게 된다면 다시는 임신하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아빠도 비슷한 마음이었을 거야. 고생하는 엄마를 돌보느라, 엄마 대신 모든 집안일을 하느라 아빠도 많이 지쳤었거든. 어느 날 우리는, 바닥나버린 체력에 쓰러져 이렇게 말했어.
“이런 경험은 다시는 못 하겠다.”
그렇게 생각했던 건, 아마 그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였을 거야. 내 머릿속에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이어지는 여정은 온통 두려움으로만 가득했거든. 다시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듯한 막막함.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으니, 하루하루가 참 길게 느껴졌어.
그런데 말이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시간도, 결국은 지나가더라. 어느 날 갑자기 문이 열리듯 모든 게 괜찮아진 건 아니야. 조금씩 증상이 완화되고 울렁거림이 줄어들면서, 드디어 배가 육지에 닿는 것 같아 안도하면, 또다시 파도를 타고 멀미가 밀려왔어. 그러길 반복하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배는 어느새 육지에 완전히 정박했고, 나는 흔들림 없는 땅을 딛고 서 있었어.
사실 인생도 그런 것 같아. 시간만이 해결해 주는 문제들이 있거든. 깊은 늪에 빠져 끝없이 가라앉는 것 같은 절망 속에서도, 어찌어찌 그 시간을 버티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두 발이 단단한 땅을 딛고 서 있다는 걸 깨닫게 돼. 그러니까 너무 일찍 좌절하지 말고, 너무 밝은 희망에 서두르면 안 돼. 깊은 좌절은 견디는 힘을 앗아가고, 덜 여문 희망은 오히려 실망을 키울 수 있으니까.
언젠가 힘든 시기를 마주하게 되면, 절대 무리하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상을 살았으면 해. 그 하루하루가 쌓이면, 어느 날 문득 웃음을 되찾은 너를 발견하게 될 거야. 그 시간이 네가 바라는 만큼 금세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분명히 올 거야.
그리고 꼭 기억해 줬으면 하는 게 하나 있어.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야. 지치고 힘들 땐 언제든 엄마에게 기대. 엄마는 언제나 너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응원하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