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에 네가 존재한다는 걸 들었던 순간, 나는 어떤 표정이었을까.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너의 존재를 확인하기까지 우리 부부는 2주를 더 기다려야 했어. 하지만 그 2주 동안 내 몸은 너를 맞이하기 위해 아주 분주히 움직였지.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쏟아지고, 아무리 오래 잠을 자도 피로는 풀리지 않았어. 깨어 있는 동안에는 희뿌연 안개가 머릿속을 가득 메운 듯 생각은 흐릿하기만 했어. 허리는 끊어질 듯 아프고, 감정은 널을 뛰고, 기력은 점점 사라졌어. 그동안 해오던 일들, 하려던 계획들은 자연스레 멈춰야만 했지.
이유는 분명했어. 내 안에 너라는 생명이 있었으니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어.
‘왜 아무도 임신이 이렇게 힘든 거라고 말해주지 않았을까?’
‘이제 겨우 출발선일 텐데, 앞으로 더 힘든 시간이 펼쳐진다면?’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가 그나마 가장 편할 때라는 말이 믿기지 않았어. 그 말을 떠올릴수록 내 삶이 송두리째 바뀔 것 같은, 그리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지.
물론 두려움만 있었던 건 아니야. 입맛이 사라진 와중에도 유독 딸기만은 꿀맛이더라. 엄마는 원래 딸기보다 귤을 더 좋아하는데 말이야. 그러다 문득 떠오른 음식이 있었는데, 그게 평소 네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이었어. 그 순간 네가 정말 우리 부부의 아이인 것 같아 신기했고, 아빠는 자신을 닮았다며 무척 뿌듯해했단다.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모든 일들이 임신 초기의 자연스러운 증상들이었어. 하지만 그땐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마음으로 그저 당황했지. 갑작스러운 변화에 너무 지쳐서 검색조차 할 수 없었거든.
마침내 2주 후, 병원에서 너를 볼 수 있었어. 이미 몸으로 느끼던 변화 덕분에 예상하고 있었으면서도, ‘임신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땐 이상하게 멍했어. 그래서인지 엄마는 그 순간을 뚜렷하게 기억하지 못해. 솔직히 말하면 기쁨보다는, 두려움과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졌거든. 진료실을 나서며 아빠의 얼굴을 봤는데, 마치 내 마음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을 보는 듯 했어.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마냥 기뻐하지 않는 네 아빠에게 좀 서운하더라. 어쩌면 너도 나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엄마는 너를 느꼈고, 너를 만났어. 아직은 세포의 모습이었지만, 분명히 넌 내 몸 안에 존재하고 있었지. 여전히 어리둥절하지만 네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그 마음만큼은 진심이란다.
분명, 우린 함께, 지금 이 시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