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 틀린 게 아니야

by 조이랑

요즘 의료 기술은 참 놀라워. 엄마의 혈액 안에서 너의 DNA를 분리해서, 네게 혹시 모를 질환이 있는지 또 너의 성별이 무엇인지까지 알 수 있으니까. 덕분에 임신 12주 차에 네가 XX 염색체를 지닌 사랑스러운 공주님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


그런데 있지,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이른 시기에 태아의 성별을 아는 건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어. 1980년대 초음파 기술이 발달하면서 태아의 성 감별이 가능해졌고, 그 기술은 곧 ‘선택’의 수단이 되어버렸거든. 남아 선호 사상이 강했던 시절이라, 여아라는 이유로 세상에 나오지 못한 채 사라져야 했던 거야. 그 때문에 엄마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반에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늘 두세 명쯤 더 많았어. 무심코 지나쳤던 그 숫자 속에 태어날 수 없었던 많은 생명이 있었던 거지.

결국 1987년 법은 태아의 성별 고지를 전면 금지했고, 시간이 흘러 2008년에는 임신 32주 이전까지만 제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어. 그리고 마침내 2024년, 그 마지막 금지조항마저 사라졌단다.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성별 고지가 낙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어. 그만큼 사회가 달라졌다는 뜻이겠지.


사실 임신 20주쯤 받는 정밀 초음파에서 아기의 손가락과 발가락 하나하나까지 또렷이 볼 수 있어. 그런데도 32주까지 일부러 성별을 감춰야만 했다니,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워. 한때는 작고 소중한 생명들이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태어날 수 없었던 거잖아.

이제는 ‘남아 선호’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 세상이 많이 바뀌었어. 하지만 정말 그 모든 차별이 사라졌을까? 어쩌면 더 복잡해지고 더 교묘해졌는지도 몰라. 성별뿐 아니라 나이, 인종, 장애, 성 정체성, 종교 등의 차이로 인한 갈등은 늘어가는 것 같아. 세상은 점점 더 다채로워지는데, 갈등은 늘어나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엄마는 이런 갈등 대부분이 차이를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다름은 단지 다름일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낯설어하고, 때로는 두려워하며 배제하려 하지. 엄마는 네가 그런 세상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길 바라.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또는 다른 차이를 이유로, 누군가 너를 얕잡아 보거나 네 능력을 의심하더라도, 거기에 동요하지 않길. 무심한 말 한마디에 숨은 편견에 마음 아파하지 않길.

네가 사람마다 생긴 것도, 살아온 길도, 믿는 것도 다르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어른으로 자라면 좋겠어. 그리고 무엇보다 너 자신이 가진 고유함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갔으면 해. 너는 세상에 맞춰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과 함께 너만의 색을 더해가며 살아갈 존재라는 걸 잊지 마.

엄마도 노력할게.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너와 함께 다채로운 세상을 배워 나갈게.


추신.

네가 딸이라서 무척 기뻤어.

가장 가까운 친구가 생긴 것만 같고, 자상한 네 아빠는 딸 바보가 될 게 뻔하거든.

20주 정밀 초음파에서 봤던 네 오뚝한 콧날은 엄마를 한참이나 설레게 했단다.

사랑하는 우리 딸, 곧 만나자. 엄마가 아주 많이 기다리고 있어.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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