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멍했던 아빠 엄마와는 달리, 네 소식을 기뻐하며 반겨주신 분들은 따로 있었어. 바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러니까 ‘아빠 엄마’의 ‘아빠 엄마’들이셨지.
사실 엄마와 아빠는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결혼했어.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 지내다가,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게 된 거야. 어쩌면 서로를 만나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렸던 걸지도 몰라.
너 역시 마찬가지였어. 우리는 아이가 없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너를 만나게 되길 기다렸어. 하지만 꼭 만나게 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테고, 우리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거란 확신도 없었거든.
그런데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훨씬 간절하게 너를 기다리셨던 것 같아. 우리에게 부담이 될까 겉으로 표현하진 않으셨지만, 속으로는 기대와 걱정을 반복하며 바라셨던 거야. 그래서 너의 소식을 전했을 때, 모두가 뜻밖의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감격스러워하며 축하해 주셨어.
그 모습들을 보면서 엄마는 참 따뜻했지만, 동시에 궁금했어.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고되고, 걱정이 끝이 없는지 누구보다 잘 아실 텐데, 어쩜 이토록 좋아하실까? 왜 그렇게 또 하나의 걱정을 기쁘게 기다리셨을까? 하고 말이야.
엄마의 엄마는 낳아보면 알게 된대. 아이가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지,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알게 될 거래. 하지만 엄마는 잘 모르겠어. 아직은 너로 인한 기쁨보다는 너에 대한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지거든. 요즘은 무심코 지나쳤던 뉴스들도 그냥 넘기기가 어려워졌어. 늘어가는 폭력과 혐오, 경쟁에 상처받는 아이들, 혼란스러운 정치, 그리고 극단적인 기후변화까지. 무서운 세상에 너를 내보내야 한다는 게 엄마에겐 아직 두렵기만 해.
그런데 신기하지. 네가 내 몸속에서 조금씩 자라면서, 그 두려움 한가운데에서 기대감도 함께 자라는 걸 느껴. 바위처럼 단단했던 걱정 틈으로 작은 새싹하나가 조심스레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것처럼. 아주 작은 씨앗이었던 너는 어느새 내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웠어. 이제 엄마는 그 싹이 피워 낼 기쁨이라는 꽃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
여전히 겁 많은 엄마겠지만,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웃음으로 가득할 수 있도록 천천히 용기를 내어볼게.
우리 곧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