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하루는 서우봉에 오르는 것이 하나의 목표였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다른 목표를 이룬 것이 행복해지는 날이었던 것 같아. 제주 한 달 살이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은 시간의 여유일 거야.
또 마음이 너의 이야기에 충분히 귀 기울일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아.
서우봉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말똥 냄새가 난다고 킥킥댈 수도 있고 유채꽃의 아름다움과 바다의 아름다움에 취하기만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아까 우리처럼.
예전에는 마음이 네가 궁금한 것을 겉으로 표현 못 했었는데 요새는 여행을 하면서 너를 신경 쓰고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좀 더 익숙해지니까 참 많은 것을 알게 돼. 고마워. 궁금한 것이 많아서~
그 궁금증을 물어 알게 된 서우봉은 일제의 진지이기도 했고 4.3 피해자들이 사는 마을의 근처이기도 해. 함덕 해수욕장 근처의 북촌은 4.3 피해자들이 많은 곳이야. 1000여 명 중 피해자가 300-400명이고 많은 남자들이 죽어 무남촌, 과부촌이기도 했대.
내 잘못이 아닌데 생긴 받아들일 수 없는 일. 말도 못 하던 일. 그곳에 이리 아름다운 봉우리로 가꾼 사람들. 마음아, 나에게 일어난 일이 슬프다고 푸념만 했는데 내가 참 작아지더라. 마음이 네가 기뻐도 나 스스로 크게 웃지 못했는데. 여기에 올라보니 내가 언젠가 이렇게 예쁜 꽃밭을 키울 수 있으리라 믿게 되는 것 같아.
마음아 슬픔 뒤, 우리가 반드시 웃게 되는 그날이 오겠지? 그땐 진짜 큰 웃음이겠지?
내가 하지 않은 일, 심지어 이유도 알 수 없는 일이 나에게 일어날 때 그 허망함은 아픔은 상상할 수 없이 크다.
나는 그 안에 분노나 슬픔이 가득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이 아름다운 서우봉에서 나의 미래를 본 것 같다. 서우봉에서 바람이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나에게도 큰 아픔이 있었다고 위로를 받았다.
어디선가 본 글귀 슬픔이 있어야 기쁨이 있다는 말처럼 내가 언젠가 짓는 진실된 웃음이 아주 값지고 큰 웃음이 되리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