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제주도에서4.3희생자추모식을다녀왔어.'내가언제4월에이곳에있겠어.' 하며아침부터아이를데리고서둘렀어.생각보다너무많은사람들이4.3 평화공원에와서임시주차장까지있더라고.행사장으로올라가면서참많은생각이들었어.서울에서는잘모르던일인데평범한4월3일인데제주도사람들에게는매우 큰상처임을실감하게되었어. 행사장에서 행사를 지켜보다 사람이너무많아서행사장주변에위령탑으로내려왔어.그위령탑주변을돌며희생자의이름을보다가나도모르게주저앉아울게되었어.
마음이네가슬픔을느낀것이겠지?
희생자이름000바로밑에000의자1000의자2이렇게쓰여있더라고.겨우1살,3살이런아이들이그부모와함께비석에이름조차없이쓰여있는것에너무슬펐던것같아.이런집이한둘이아니었으니까. 마을에 희생자가 얼마나 많았으면 이 아이들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것일까 이런 생각도 들었어.
내아이보다더어린아이가,나보다어린청년들이,우리부모님 같은분이,우리조부모 같은분이어떠한나이와성별에관계없이이름을새기고있는것이참너무슬프더라고.교과서에겨우겨우제주도에서이런일이있었다.이렇게쓰여있을땐어떻게이럴수있는지에대한생각뿐이었는데14000여 명이넘는사람들을죽어나갔다는것을위령 재단을통해보고이름들을보니까가슴이너무아프더라고. 그 죽음의 순간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 공격이었다는 것이니까.
나는 참 잘 울었다. 학창 시절에도 다른 아이들이 나랑 아무 관계가 없는 친구를 괴롭히는 것을 보면 화가 났다. 때론 한마디를 하기도 싸우기도 했다. 그렇게 성장하면서 사회에 나오니 나는 감정을 잘 숨기지 않는 그런 미숙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마음을 잘 숨기게 되었다. 세월호 때도 가슴이 먹먹했다. 나는 아직도 세월호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어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누군가가 잊더라도 나는 너희를 잊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세월호에 대해서 이제는 그만 얘기할 때가 되었다며 이제는 지겹다며 말을 꺼내지도 못하게 한다. 결국 나는 저들의 상처에 눈물을 흘리지만 사람들 앞에서 그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겁쟁이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저들은 단순히 슬퍼하고 있는 것인데도 이제는 그만하라는 말이 저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을 자꾸 듣는 나조차도 주눅이 든다.
무엇이 나인 것일까. 감정을 감추는 것, 나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것. 이것이 과연 옳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4.3 희생자들의 사연은 너무도 많다. 한쪽에서 인터뷰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미군에 대한 분노, 제주 2 공항이 미군을 도와주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에 4.3 희생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는 말에 단순히 이런 일들을 묻고 지나가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처럼 우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언젠가 이 일들이 잘 해결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싶어 졌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이제 사람들 앞에서 감추고 싶지 않아 졌다.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 보고 싶다.
잘 울고 웃는 나는 이상주의자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다. 하지만 마음껏 울고 제주도에서 이유 없이 죽어간 사람들을 기억하며 나는 내가 울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내 마음은 언제가 옳다.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나를 막지도 않는다. 나를 억눌러 아프게 하지도 않는다. 내 마음과 친해지고 그 마음을 온전히 읽게 되는 날 나는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