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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빛 Apr 05. 2019

마음아, 내가 좋아하던 것이 뭘까?

나는 왜 너랑 멀어지게 된 것일까

마음아 안녕?

제주도에서 첫 교회를 가 보았어. 열정적으로 예배를 진행하시던 그 전도사님의 말씀은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마음에서 즐거운 일을 하세요. 스스로 행복한 일을 하세요."였어. 그 전도사님이 교회에서 봉사를 하는 모습은 그 말씀처럼 즐거워 보였고 교회의 다른 직분의 사람들도 매우 즐거워 보였어. 설거지도 나이 지긋한 남자분이 하시겠다고 하더라고. 다들 평소 사회생활에서 보던 저 사람은 일을 더 하고 덜 하고 이런 이야기가 없어 보였어. 다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한 숟가락씩의 자기 몫을 하고 그것을 남과 비교하지 않더라고.


그러자 문득 궁금해졌어. 내가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뭐였을까? 마음이 네가 스스로 움직인 일은 무엇이었을까?


중학교 때가 떠올랐어. 댄스반이었는데 무대에 오르기 위해 몇 달을 연습하면서 좋고 행복했던 기억이. 마음이 네가 제일 기분 좋던 때 같더라고. 무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연습하면서 함께 수다를 떨고 라면을 끓여먹던 그 소소한 기억이 행복했어.


잊고 있었던 기억 속에서 마음이 네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은 꼭 성과가 있는 일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언제부터 내가 너를 이렇게 잊고 살았던 걸까?


마음아, 나는 오늘 너와 조금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 무언가를 할 때 금전적인 것, 성과가 있는 것을 떠나 너의 즐거움이 있는 작은 일들을 다시금 해보려고 해. 마음아, 즐겁고 기쁘다면 꼭 나에게 손 내밀어줘. 너와 손을 잡고 행복을 함께 느끼는 그날이 조금 빨리 왔으면 좋겠다.




직장 생활을 한 지 7년 차, 육아휴직을 하고 직장을 떠나니 내 색이 회색인 것만 같다. 짜여진 메뉴의 식사를 하고 내가 먹고 싶지 않은 짜여진 회식을 하고. 나이가 어리다고 혹은 부탁을 거절 못해서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참고했던 수많은 일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왜 일을 만들어서 하냐는 주변 사람의 걱정, 그건 신규니까 하는 것이라고 시간이 지나면 안 하게 될 거라고 웃고 넘기는 소리. 이 모든 것이 가슴 뛰는 일들을 멈추게 해 버렸다. 타인의 시선이 내 시선인지 헷갈리면서 나는 나를 잃었던 것 같다.


 제주도에서 두 달 살이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반대들, 내가 번 돈으로 가는 여행을 팔자 좋다며 남편의 재력을 운운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도 이 어린 아이와 함께 떠난 건은 마음의 소리를 따라서였는지 모르겠다. 이혼 후 나는 내 버킷리스트를 다시 작성해 보고 싶었다.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찾아보고 싶었다. 오늘 타인의 시선에 움츠렸던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앞으론  조금 더 타인보다 마음과 가깝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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