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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빛 Oct 24. 2021

마음아, 너를 만나고 내가 치유되었어.

제주도와 나는 닮아 있었다.

마음아, 안녕?


 내가 살면서 제일 무모했던 그 순간 너를 만날 수 있었어. 꽁꽁 숨겨두었던 너를 찾아서 부르고 묻고 너의 대답을 듣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 아니 어쩌면 그 무모한 순간이 네가 나를 부른 순간이었다고 생각해. 나를 봐달라고 한 번 소리쳤던 것은 아닐까 하고.


 계속 올라가던 간수치도 이제 정상수치로 돌아왔고 두통도 없어졌지. 또 그 지긋지긋한 손발의 저림도 일상에서는 나오지 않게 되었어. 다 너를 만나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아. 네가 나를 살렸구나.


 마음의 병이 육체의 병이 된다지? 아마 내가 딱 그랬을 것 같아. 사람은 단순하지 않더라고. 몸이 아파 마음이 아플 수 있고 마음이 아파 몸이 아플 수 있더라. 너의 아픔을 내가 모른 척하지는 않았나를 생각하니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이제 너를 혼자 두지 않을게.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의미를 찾아갈게. 매번 그렇지 않더라도 네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을게. 고마워.



 내가 움직일 때 <유미의 세포들>처럼 내 안에 무언가가 계속 나를 걱정하고 때로는 아파하고 있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바로 '나의 마음'입니다.


나를 둘러싼 마음, 몸, 정신 그리고 더 작은 세포들까지 내가 없으면 존재하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그렇기에 나를 가장 사랑하는 존재들이죠. 내가 없으면 그들도 존재하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그 소리에 귀 기울였습니다. 병원에서는 몸에 나타나는 증상들의 원인을 밝히지 못했고 '스트레스'라고 했습니다. 마음은 답답했습니다. 생각들을 뒤죽박죽이라 하루에서 수십 차례 이랬다 저랬다 널뛰기를 뛰었습니다. 멀쩡한 척 일상을 살았지만 멀쩡하지 못했습니다.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그럴 때 천천히 적어 내려 갔습니다. 마음과의 대화는 필적 대화였습니다. 수많은 선택지를 두고 내 마음이 편했을 길을 찾는 과정.


 제주도로 떠나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을 때 적금을 깨고 예물을 팔고 필요한 경비를 계산하여 그 기간을 정했습니다. 딱 2달. 저의 계산으로 저의 최대치였습니다. 길수록 좋겠지만 사람마다 각자의 사연으로 그 기한을 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2달이나 살 수 있었던 환경에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아이를 어떻게 치워야 할까. 내가 왜 이렇게 힘들까. 내가 왜 이렇게 아플까.' 생각이 꼬리를 물 때 하나의 주제만 정해서 내 마음의 그 근본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른 조건들을 제외하고 '나'와 그리고 '아이'만을 생각했습니다.


  꿈같은 여행을 꿈꿨지만 제주도를 깊이 알아갈수록 그 상처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제 상처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시간들.. 하지만 제주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 상처들에 복수를 꿈꾸거나 원망을 하거나가 아니라 그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와 어떻게 하고 싶었던 것일까를 더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의 느낌을 흐르는 대로 두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에게 이런 일이 다시 생긴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그때는 이렇게 한 것이 최선이었다는 것과 예기치 못한 상황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나를 다독이게 되었습니다.


 제주도는 너무 아름다운 섬입니다. 하지만 섬이기에 날씨도 변화무쌍하고 외지의 사람들이 그들을 수탈한 흔적들이 곳곳에 박혀있습니다. 생활환경도 척박하여 항상 넉넉함을 품고 살지 못했습니다. 곤궁하여 임신을 하고도 아이를 낳고도 그 어린것을 데리고 바로 물질을 하러 바다에 나갔습니다. 지금도 공항 건립이나 개발 문제를 두고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제주도는 또 그 상처를 듣고 사계절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도와가며 그 힘든 삶을 함께 이겨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자연과 닮아 있습니다.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이 내 삶을 흔들어 놓지만 결국 사계절 흐름대로 그 자리를 찾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더 그 아름다운 모습과 멀어지게 될지 모릅니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남이 아니라 '나'를 기준으로 삼는 삶. 나를 그리고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행위라면 무조건 도전해 보기를, 나를 온전히 나로 사랑해 주기를 간절히 추천합니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니 조금 더 천천히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기다려봅니다. 하루 또 하루, 때로는 답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 과정만으로도 나의 몸과 마음과 정신이 치유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마음아, 오늘도 너를 만나러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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