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마음 아픈 곳이 많아서 그 슬픔에 많이 울기도 하고 답답함도 컸는데 오늘은 마음이 참 편했던 거 같아.
성이시돌 목장이 유명해지고 우유부단이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이 되어 한 번쯤 가 보고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기회가 왔어.
알고 보니 이곳은 파란 눈의 외국인이 들어와 제주를 키운 삶의 터전이었어. 천주교 특유의 성경 속 예수님의 삶을 동상으로 만든 세미 동산을 걷고 또 성이시돌 센터를 둘러보며 가슴이 따뜻해졌어.
마음아, 우리가 친절을 베풀고 토라지고 삐지고 섭섭한 것은 결국 기대를 했기 때문인가 봐. 목표가 제주 사람들이 잘 사는 것이었던 제임스 맥그린치 신부님의 삶은 사랑의 실천, 그 자체였어. 그리고 2018년 4월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고. 조금만 일찍 왔으면 이 분을 직접 만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공간이었어.
마음아, 마음이 네가 하고 싶어서 베푼 좋은 일조차 내 기대 속에 괜히 했어 이렇게 후회하는 일이 많았는데... 우리가 너무 어렸나 봐. 마음이 동하여 움직였으면 내 마음이 기쁜 것까지 거기까지가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였던 것 같아. 진짜 기쁨이란 건 말이야.
제주에서 신부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들이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으니 아이들을 교육하고 결국 이 커다란 단지를 만들어 낸 이 맥그린치 신부님을 우리가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우리 꼭 베풀고 기뻐하는 것까지만 하자. 우리가 기뻤다면 행복했다면 우리 그걸로 만족하면서 살아가자.
마음아, 우리의 감정 중에 덜어낼 것이 있다면 내려놓고 가는 것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야. 또 배운 것들을 실천해보자.
내가 즐겨 보던 <효리네 민박>에서 처음 성이시돌 목장을 보고 저기 한 번 가봐야겠다.이렇게 생각하고 벌써 2년이 지났다.
그러다 문득 순례자의 길이 있다는 말에 차도 망가져 가기 너무 힘들었지만 마음이 너의 도전 정신이 발동되어 굳이 찾아간 성이시돌 센터.
아마 그때 갔으면 파란 눈의 신부님을 만날 수 있었을까? 일제 강점과 4.3 희생, 6.25 전쟁을 겪고 피폐해진 이 땅에 목숨을 걸고 온 맥 그린치 신부님. 그분은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주지 않고 잡는 법을 가르친 실제 사랑을 나눠준 사람이다. 이 사랑을 나누며 오해도 미움도 절망도 있었을 텐데 이 외지에서 이런 공단을 만들 정도로 희생하고 봉사한 것이 대단하고 또 대단하다.
사랑이란 게 참 어렵다.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또 내 생각과 다른 오해를 낳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나는 이제 지쳐 사랑이란 것에 정의도 헷갈리기 시작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따라갈 수도 없는 사랑을 보고 깨달은 바가 크다. 내가 진짜 기쁜 일. 내 마음으로 기뻤다면 베푸는 것이 핍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냥 그것으로 내 마음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사랑을 하며 챙기며 생각하고 행복하던 순간이 있었고 그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나는 이 즐거움을 안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니까 그 마음에 책임을 지는 것은 후회가 아니라 좋았던 것을 또 다른 마음에 저장하고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