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랑행 Jun 13. 2021

회사에서 재밌는 일을?

누군가 그랬다.

회사 다니면서 재밌으면 우리가 돈을 내야 한다고.

테마파크에 가서 노는 건 일하는 것만큼 힘들지만 재밌으니까 우리가 돈을 내 입장하는 것 아니겠냐고.

그렇다. 애초에 회사 다니면서 재밌는 일은 기대하지 않았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건 얼어붙은 취업시장에서 사치일 뿐이고 사실 내 적성이 뭔지도 잘 랐다.

하지만 최근에 재밌는 일을 찾았다.

객원 아나운서가 된 것이다..!

이 일이 재밌다는 것을 깨달은 건 방송 테스트, 교육, 방송 날짜 모두 일하는 날이 아닌 휴일이었는데도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평소 같으면 쉬는 날 가야 한다고 불만이 많았을 텐데 내가 원해서 한 일이라 괜찮았다. 오히려 꾸민 김에 일 끝나고 남편이랑 데이트도 가고 인생사진도 건지고 좋았다.


사실 작년에 한번 모집했는데 그때는 서류로만 모집했다. 이번에는 방송 테스트까지 본다고 했다. 방송 테스트라니..

살짝 귀찮을 것 같아서 고민했는데 요즘 무척이나 무료해진 탓에 신청해보았다.

면접 대상자가 되었고 유튜브도 찾아보고 집에서 남편이 영상찍어주며 연습도 해보았다.

생각보다 어려운 발음이 많았다. 특히 석남선이나 하남검단산역 같은 신설 노선 이름이 어려웠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쇼핑을 안 하다 보니 색조 화장품을 비롯 마땅한 구두 없어서 오랜만에 핑을 하며 차근차근 준비해나갔다.

최종 6명이 선발되었고 저번 달에 첫 방송 끝냈다.

팀장님이 영상을 보내주시면서 홍보 많이 해달라 하셔서 우선 가족들한테 보내고, 동기들에게는 쑥스러워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만 살짝쿵 사진을 걸어놓았다.

같이 일하는 부역장님과 다른 조 부역장님, 차장님께서 너무 과분한 칭찬을 해주셔 감사했다. 함께 일하는 분들과 잘 지내는 건 더없는 축복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본사와 별관 TV에 사내방송이 나오기 때문에 그걸 보고 회사 동료연락 주었고, 프사를 보고 외부 친구들도 톡을 많이 보내주었다.

내 1호 팬인 남편은 사람들 모아놓고 컴퓨터로 방송을 틀어 보여주었다고 한다. 지원한다고 했을 때 바빠지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는데 막상 좋아하는 거 보니 귀엽다 ㅎㅎ

가족들 반응은 "잘 나왔네"가 다였는데 며칠 지나서 중학교 동창 단톡방에 한 친구가 엄마한테 받았다며 방송 동영상을 올렸다.

엄마가 학부모 모임 단톡방에 올리셨나 보다. 츤데레 가족이다.

사실 이 글은 정식 아나운서가 되면 올릴까 했는데 정식이 안될 수도 있으니까 미리 올린다.

유튜브랑 실제 뉴스 방송도 보면서 꾸준히 1년은 연습해야 아나운싱이 자연스러워진다는데 객원 아나운서가 많다 보니 다음 방송일이 멀어서 아직은 의욕이 막 샘솟지는 않는다. 그래도 나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라도 계속 연습해야지.



사실 브런치를 잊고 있었다.

나혼자산다를 보다가 "어?"하고 생각났다.

역시나 들어와 보니 메인에 전현무 님 브런치가 딱!

브런치 저번 글이 봄에 쓴 글이었는데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며 한 달에 한 번은 쓰자는 다짐이 이렇게 무너졌다.

반대로 내 오프라인 삶은 바빴다.

해외에 나가지 못하고 타 지역을 가는 것도 꺼려져서 서울 곳곳을 돌아다녔다.

인사동 전시회도 갔다가 성수도 갔다가 한강도 갔다가 서울숲 카페도 갔다가 이촌도 갔다가 도산공원 도넛 가게도 갔다가 호캉스도 했다.

짧은 봄을 즐기고 나니 이렇게 여름이 왔다.

아쉽지만 여름은 또 여름대로 잘 지내봐야지

반가워 여름아 :)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유쾌한 브런치 체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