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발상
우연한 인연
슬픔이 있는 아름다움
공감하는 시선
따뜻한 재치
난감한 상황을 뛰어넘는 센스
놀기에 대한 추진력
즉흥적인 여행
좋아하는 맘 감추기
유연한 사고
늘 온화함을 지닌 사람
공정함과 평등, 존중
선한 가치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고독하기
아침에 차와 사과 먹기
걸어 다니기
싸돌아다니기
풍경이 바라다보이는 벤치에 앉아있기
차로 달리는 한강 다리 위에서 창 열고 소리지르기
누워있기
내 초록 의자에 앉아 글 끄적이고 그림 그리기
반신욕
목욕 후 알몸으로 사각거리는 이불 덮고 있기
책 읽어주는 것 들으며 잠들기
구름이 있는 파란 하늘 풍경
행복했던 기억
추억이 있는 장소
사랑하는 사람들
주고받는 재치 있는 농담
앤
새우깡
청록색
작고 귀여운 것들
가슴 울리는 노래
바람 부는 노천카페
아늑한 찻집
길 가다 마주치는 개, 고양이, 새, 꽃...
나무
벚꽃잎의 흩날림
좋아하는 것이 많다는 것은 즐겁고 기쁜 일이지만, 그것이 사라지거나 이루어지지 않을 때 더 괴롭고 슬픔이 커지는 게 아닐까. 내가 대학교에 들어갈 때 내 삶의 폭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고민했었다. 첫째는 소소하게 살면서 기쁘면 소박하게 기쁘고, 슬프면 그것도 별 탈 없이 슬프게 사는 삶. 또 하나는 도전이라고 할까, 도박이라고 할까, 삶의 매 순간에 '할까? 말까?' 하는 갈등의 순간, '하자'를 선택해서 위험성이 큰만큼 성취와 실패에 따른 폭도 큰 삶. 난 후자를 택했는데도 불구하고 소소하게 산다. 그저 추구할 뿐이다.
자신이 삶의 방식을 정할 수 있는 건가? 어떻게 정하든 그건 원래 자신의 삶의 방식이었겠지. 자기 자신을 뛰어넘을 순 없는 거지. 그저 자신이 가는 길에서 오솔길을 하나 내고, 시내를 살짝 만들고, 길가에 자신이 좋아하는 꽃들을 심으며 가는 거겠지. 가는 길에 새가 날아오거나, 소나기가 내리거나, 무지개가 뜨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길 위의 우연한 만남이겠지.
내가 일부러 정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좋아하는 게 많다. 좋아하는 것이 갑자기 사라질 때 더 슬프더라도 나는 자잘하고 소소한 것들을 많이 좋아하는 것이 행복하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이 많다는 것은 어쩌면 욕심이 많다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들을 집착하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려니 해야 하는 것인데...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초록 의자에 앉아 이 글을 쓰고, 또 내가 좋아하는 책 읽어주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잠을 잘 시간이다. 사각거리는 이불속에서 오늘은 벚꽃잎이 흩날리는 풍경을 떠올리며 잠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