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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도 나는

열정이 많은 사람이야

by 예정

꿈속에서 한참 헤매었다.

빙수를 만들었는데, 이물질이 보였다.

아이고. 다시 만들자..

빙수를 만들었는데, 소스 잘못 넣었다. 토핑이 이상하다.

아놔. 왜 그러지.. 다시 만들자.

아. 얼음이 녹고 있다, 전표가 다닥다닥 붙여지고 있다.

주문이 밀리고 있다.

속도가 나지 않고, 같은 것을 여러 번 만드는 나의 둔한 손.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것 같은 답답함.


일을 하는 중에 고되고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간혹 이런 꿈을 꾸다가 깨곤 했다.

어떤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든 간에 그런 꿈을 꾸었다.

노력해도 뭔가 잘 안 되는 꿈.

가슴이 조이도록 애쓰고 반복하는데도 엉망이 되는 꿈.

그 무력감과 실패감이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두려움과 함께 잠자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도 꿈속에서 한참 헤매다가 깨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전개하면서, 이런 흐름으로 글을 써야지..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줄줄 읊도록 문장을 뽑았던 것 같은데..


일어나니, 내용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제 책을 읽다가 잠을 자서 그런 걸까.

글 쓰는 연습이랍시고 주 3회 연재를 하는 것이

여러모로 부담이 되었던 걸까. 글쓰기에 대한, 연재에 대한 압박감..?

어찌 꿈에서도 괴로울 정도였나??

글을 잘 쓰지는 못해도 체력적,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꽤 즐거워하는 일인데도 말이다.


직장일이나 취미생활(독서)이나 글쓰기나

참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일인데도 그것이 무겁고 힘겨울 때가 있다는 건,

잘 해내고 싶은 욕심, 더 발전하고 싶은 욕심에 걸어놓은 장치들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끙끙거리면서도 놓지 않는 마음.

성실하게 하다 보면, 느는 날이 있고, 즐기는 날이 올 거라는 믿음.

오늘따라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꿈을 꾸고 나서 ‘아, 짜증 나’가 아니라, ‘내가 정말 잘하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버거웠던 마음을 알아주고, 웃으며 다독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일상의 순간들과 상념을 끄적거리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언젠가는 좋은 글을 쓸 수 있겠지?


어젯밤 읽던 책, 나도 저자님처럼 내 생각을 또박또박 글로 써보고 싶었나 보다.


꿈에서 나올 정도로 마음을 담는 일들이 있다는 건

아직도 삶에 대한 열정이 남아있다는 것 같아서.

참 다행이다. 그것도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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