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보다 값진 차

홈스쿨 미술이야기

by 뽀르파트재


6살 예닮이, 8살 예은이는 자매이다.

아이의 어머니는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홈스쿨 미술교육 마인드가 너무 맘에 든다며

나에게 적극적으로 수업을 지지해주고, 찐하게 환호해주는 든든한 학부모이다.


1시간 30분의 수업이 끝나면 10분가량 부모님과 그날의 수업의 주제와 활동 내용,

아이들의 수업 과정에 대해 브리핑을 한다.

이 시간은 부모-교사 간에 아이에 대해 미처 몰랐던 점과 아이의 성향을 알고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시간이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학부모와 유대감도 깊어진다.




어느덧 둘째 예닮이 가 학교를 들어가고 상담을 다녀온 어머니가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둘째 아이의 첫 상담이라 긴장되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아이가 학교생활을 차분히 잘할 뿐 아니라,

매우 독창적이라고 했다.

미술시간에 아이의 창의로운 발상과 표현법을 학급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칠판 앞에 자주 소개해 준다고 칭찬을 하셨다.

혹시 어디를 보내시냐고?

질문을 하셨다고 하며

내게 입이 마르도록 감사하다고 했다.


나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의 그림에 손을 안 댄다. 입도 대지 않으려 노력한다.

만약 교사의 스킬과 손끝, 입으로 그림을 채워나간다면 수많은 대회에서 입상을 할지도 모른다.

과연 상을 받는다면 아이는 정말 기쁠까?

그 상은 누구를 위한 상일까?

애초에 상담을 올 때부터 나는 대회를 위한 미술수업은 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는다.

수업의 시작부터 아이들과 충분히 주제에 대해 나누고 각자의 눈높이에 맞게 그림을 그린다.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찾아서 표현하도록 끝없이 질문한다.

시간은 다소 걸릴지라도 아이들은 자기만의 그림 언어로 표현해 낸다. 아주 근사하게 말이다.

그래서 내 수업에 오는 학부모들은 특별한 신뢰를 기반으로 수업을 한다.




자매는 2년 정도 홈스쿨을 했다. 그런데 얼마 후 사정상 두 자매는 이사를 가게 되었다.

아주 먼 곳은 아니지만 도보로 올 수 없는 곳인 데다 운전할 상황이 아니라 고민 고민을 했다.

어머니의 남다른 교육의 열정은 이미 알고 있지만 여러 사정상 안타까운 마음만 동동 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을 하러 오겠다고 전화가 왔다. 어머니는 아이 둘을 데리고 아파트로 들어오셨다.

반갑게 아이들이 맞이하고 수업을 잘 마쳤다.

수업하는 동안 어머니는 아파트 근처 커피숍에 들어가 차 한 잔을 시켜놓고 시간을 보낸 뒤

한 손에 든 간식 봉지를 내게 건네셨다.

그리고는 황급히 수업을 마친 아이들을 데리고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가 가는 것을 한참을 바라보며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렇게 택시를 타는 수업 여행은 1년이나 계속되었다.


수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다 특별하지만, 유독 두 자매의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면

지칠 때마다 내 어깨를 토닥이며 힘내라고 응원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힘이 난다.

아이들과 다시 수업할 수 있어서 기뻤다.

나는 다짐했다. 더 열심히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치겠노라고...

택시를 타면서 까지 열정을 다해 1년이나 되는 수업을 빠짐없이 오는 어머니는 처음이라 더 마음이 울컥했다.


람보르기니보다 값진 차~

붕붕이 택시를 타고 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에선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당당함과 열정으로

눈부시리만큼 환하게 빛이 났다.


“고맙습니다. 어머니”


열정 택시 글.그림:뽀르파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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