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피드백 항아리

홈스쿨 미술이야기

by 뽀르파트재


오후 3시다.

유치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수업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벌써부터 계단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려온다.

6살 개구쟁이 남자아이들이 뛰어 올라온다.

마치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라도 하듯이 치열하게 도착점에 골인한다.


손을 씻고 물 한 잔 마시고 자리에 앉는다.

오늘 수업에 대해 아이들에게 주제를 말한다.

주제는 “걸리버와 즐거운 여행하기” 그림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충분히 얘기를 나눈다.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색들, 얼굴 표정, 인물의 특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그리기를 시작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림을 그린 뒤 그림의 제목과 날짜를 뒷장에 썼다.

그런데 서준이는 골똘히 고민하는 눈치다.


슬쩍슬쩍 아이를 살펴보는데 서준이 그림 뒷장에만 아무리 봐도 제목이 보이지 않는다.

그림이 완성되면 아이들이 서로의 그림에 대해 간단하게 발표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갖는다.

어릴 적부터 최대한 ‘질문과 발표’의 기회를 경험하게 하고 싶어서이다.

처음에는 쑥스럽고 부끄러워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는 것을

쭈뼛쭈뼛하던 아이들이 지금은 서로 나가려고 아우성이다.

그날 서준이는 그림만을 보여주고 들어갔다.


한동안 서준이는 그림에 제목을 달지 않았다.

꼭 제목을 달 이유는 없으니까.....

아마도 아이만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사실 서준이 어머니도 서준이의 행동에 우리 아이만 왜 그럴까? 궁금해했다.

어머니에게는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나 역시 내심 궁금하지만 격려하며 기다려 보자고 했다.



드디어 3~4개월 만에 서준이가 그림을 그리고 연필로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

보통 아이들은 주제에 대해 간단한 제목을 다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아이들은 비 오는 그림을 그리면 “비”, “비와 우산” 등의 제목을 다는데

오랫동안 침묵하던 서준이는

매우 시적인 제목으로 표현했다.

"바람이 비와 친구가 되어 날아간 날"

아! 너무나 감동적인 제목에 가슴이 울컥했다.


마치 도자기가 끓는 가마에서 한참 뒤에 완성된 자기로 나오듯이

기다림 총량의 법칙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는 각자의 피트백 항아리가 있다.

인내, 실패, 격려, 기다림, 성취, 시간, 교육, 말, 칭찬, 질문, 도전, 사랑, 스킨십, 용기 등의

수많은 피드백이 채워지고 비워내고를 반복한 후에야 비로소 한 단계씩 성숙해 나갈 수 있다.

내 아이의 피드백 항아리는 잘 있는가?

부모의 피드백 항아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를 돌아보길 바란다.




서준이 어머니와 얼마 전 마트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늘 밝고 긍정적인 어머니가, 한달음에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선생님, 너무 감사해요. 아이가 너무 잘 성장했어요.

어릴 때 홈스쿨 미술 하기를 너무 잘했다고 무뚝뚝한 남편도 가끔씩 저에게

칭찬을 해요”


이럴 때 참 기쁘다.

오늘은 내 피드백 항아리에 칭찬이 차오른다.


나를 만드는 피드백 항아리 글.그림:뽀르파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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