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1. 들통나다
들통나다의 뜻은 그동안 숨겨 왔던 일이 드러나거나 들킨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나는 항상 나의 실력이 들통날까 염려하고 불안해했다.
직장 생활한 지 어느덧 10년 차가 되어갔지만, 이 연차면 업무 역량이나 처세술이 늘어서 어떤 업무든지,
어떤 사람들과 일을 하든지 결국 성과로 해내고 마는 커리어 우먼이 되어있을 줄 알았지만 여전히 속은 비어있었다. 왜 이렇게 내 밑바닥이 드러날까 염려하게 되었을까 그 시작은 무엇일까? 한참 오래 지난 기억을 꺼내보았다.
'죄송합니다. 수험번호 XXX님은 3차 면접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금회 모집 전형에 깊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귀하의 건승을 빕니다.'
항상 노력해도 나만 뒤처졌던 20대, 또 한 번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불합격 메일을 받았던 그날,
먼저 꿈을 이룬 친구들에게, 합격 소식을 기다리는 부모님에게 "나 합격했어" 그 한마디를 하지 못했던 그날, 눈물보다는 오기가 생겼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고 나의 부족함보다는 합격의 당락을 결정짓는 2%의 운이 없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안 되는 건 내 길이 아니다.
이 정도 했으면 됐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다른 문이 열릴 수 있게 이 문은 이제 그만 내가 닫아야 되겠다.
27살,
내가 가진 학력과 경력과 전혀 상관없었던 게임업계에 가겠노라 선언하고 막무가내로 판교에서 가장 커 보였던 NC SOFT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른 채..
내가 게임업계에 도전한 이유
개발 모르는 문과생, 2년제 전문대학, 서비스 업계 3년 경력이 전부였던 27살 취준생 시절,
학벌도 경력도 게임업계와 접점이 없었지만 나에게 게임업계는 저평가된 성장가능성이 높은 곳이자,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조직문화'를 갖춘 유일하게 서류 접수가 가능한 곳이었다.
서류접수부터 지원 자격이 되지 않아 지원도 못한 곳이 수두룩한데, 유일하게 접수가 가능했다.
캐주얼한 게임을 하던 내가 MMO RPG가 메인 IP인 회사를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게임 회사를 다닌다고 게임을 다 좋아하고, 잘할 수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의구심은 접었다.
왜냐하면 나에게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었고 해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