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O와 음악친구들
캐나다에서 만난, 나의 일터 동료이기도 했던 큰 아이의 바이올린 선생님 Mr. Laszlo.
헝가리 출신 캐네디언으로, 고등학교까지 캐나다에서 살다가 헝가리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시고 왕성히 활동을 하던 분이셨다.
그러다가 코로나 창궐과 아버지의 강요로 일시 귀국을 해 있으셨고, 나와 같은 센터에서 레슨을 하시면서 우리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화려한 바이올린 스킬의 매우 열정적인 이 젊은 선생님은, 조용하고 절제되어 있는(당시에는 많이 우울하기도 했던) 큰 아이의 내면의 소리를 꺼내주려고 많은 노력을 하셨고, 하나의 방법으로 오케스트라 입단을 제안하셨다.
미국에서도 레슨 선생님의 권유로, 초등생으로서 중고등 학생들의 오케스트라의 멤버로 활동을 하며 같은 초등생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했었고, 그 활동을 인정받아 대통령 상 골드메달까지 받아두었던 큰 아이 었기에, 너무도 반가운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큰 아이는 오디션을 준비하고, 응시하고, 합격하여 EYO 2024-2025년도의 바이올린 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EYO(Edmonton Youth Orchestra)는 우리가 있던 도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였는데,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를 넘어 활동하는 멤버들이 있을 만큼 70년이 넘는 깊은 역사를 가진, 도시에서 문화 예술의 아이콘과 같은 오케스트라였다.
큰 아이는 본인도 청소년 시절 이 오케스트라 출신이었던 Laszlo선생님의 후배가 된 첫 제자가 된 것이다.
매주 수요일 연습이 있던 앨버타 음대에 가는 시간들과 총 3번의 정기 연주회가 있던 시내의 윈스피어 센터에 가는 시간들은, 미국을 떠나 캐나다 생활을 힘들어하던 큰 아이의 깨진 마음을 채워주는 시간들이었을 뿐만 아니라, 음악을 전공한 엄마로서 나의 아이를 지원하며 나의 어릴 적 꿈을 대신 채워나가는, 나만의 만족을 채우기도 충분히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정기 연주회 때마다 관객으로 함께했던 최패밀리와 강패밀리.
교회에서 큰아이의 바이올린 연주를 본 강패밀리의 큰 아들이 바이올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우리 가족과 친해지게 된 강패밀리는, 아이들의 고모가 서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신 대단한 음악가 가족이기도 했다.
나의 학생의 가족이었던 최패밀리는, 큰아이와 오케스트라 연주에 영향을 받아 내가 하노이로 떠나 온 후, 오케스트라 입단을 목표로 바이올린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를 만나기 전부터 이미 친분이 있던 이 두 가족과 우리 가족까지, 이렇게 세 가족은 음악과 큰아이의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계기로 급격히 가까워졌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한번 가본 스키장에 푹 빠진 우리 둘째가 스키장에 출석도장을 찍게 되었고, 딸아이 하나 혼자 스키장에 데리고 다니던 최패밀리가 저녁 시간 바쁜 나를 대신해 둘째까지 같이 데리고 다녀주면서, 우리는 연주회장이 아닌 스키장에서도 자주 보는 사이가 되었다.
원래 스키가족이었던 강패밀리까지 주말 스키에 합세하게 되면서, 매주 금요일 저녁은 세 가족이 스키를 타며 더욱 친해졌고 스키 시즌이 끝나고 나서는 배드민턴을 치며 그 친분을 계속 이어갔다.
우리의 하노이행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남은 시간 많이 만나야 한다며 매주 만나서 스키도 타고 배드민턴을 치며, 텀방학을 이용해 록키산의 밴프로 여행도 다녀오면서 더없이 행복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었던 소중하고 소중한 인연이었다.
아이에게 오케스트라의 귀중한 기회를 열어주셨던 Laszlo선생님은 우리가 캐나다를 떠나고 한 달 후, 헝가리인이었던 아내분의 출산과 그 곳에서의 활동을 위해 다시 헝가리로 돌아가셨고, 지금은 부다페스트에서 온라인으로 큰 아이의 레슨을 계속 맡아주시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