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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w nina Mar 08. 2022

내 만족을 위한 옷을 입을 것

인간은 자신에 대한 뿌듯함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TV 채널을 돌리다 허벅지 아래의 양다리가 없는 장애 여성 이야기에 멈췄다. 주로 집안에서의 모습을 촬영했는데 집안이 구석구석 깨끗하게 반짝였다. 비록 다리는 없지만 그녀가 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 부엌 싱크대를 디디고 올라가 음식을 하고 설거지를 했다. 화장실 청소와 빨래, 부지런한 그녀는 집안 곳곳을 바쁘게 누비며 다녔다. 특이한 것은 이 모든 일을 한복을 입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방에는 곱게 손질한 여러 벌의 한복이 한쪽 벽에 가득 걸려있었다. 항상 한복을 입기 때문에 매일 저녁 한복을 손으로 빨고 풀을 먹이고 다림질해서 걸어둔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일은 3시간이 걸렸다.  제작진이 왜 그렇게 하냐고 물으니 한복을 입으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한복을 입고 외출을 하니 자신이 장애를 가진 여성이 아니라 세상과 동등한 사람으로 여겨져서 그때부터 한복만 입는다고 말했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세련되고 멋진 옷이 아니라 나를 행복하게 하는 옷을 입는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한복을 입는 거라면 외출할 때만 입어도 될 것이다. 장애를 가진 다리를 가리기 위해서라면  한복이 아니라 긴치마이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녀는 오롯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한복을 입는 것이다. 


매일 3시간씩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한복을 손으로 빨아 널어 물이 적당히 빠지면 빳빳하게 풀을 먹이고, 다림질을 하면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대상에 지극한 관심을 기울이면 그것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녀는 한복을 통해 자신을 보고 사랑한다. 남들에게는 힘들어 보이는 노동이지만 그녀에게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나는 먼저 나에게 좋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고 자신을 매력적으로 여기는 마음은 중요하다.  인간은 자신에 대한 뿌듯함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존감이 있어서 옷을 마음대로 입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옷을 입음으로써 자존감이 단단해진다. 

단정하게 머리를 빗고 곱게 화장을 하고 좋아하는 한복을 차려입은 그녀가 아들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아파트 밖으로 산책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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