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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조이 Sep 16. 2023

어린 사람에게 존댓말을 사용합니다.

쉽게 다가서러는 마음을 다스립니다.

저는 저보다 어린 사람과 금방 친해지는 편입니다. 그냥 친해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보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친밀해집니다. 친해질 사람인지 아닌지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직감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친해진 사람들은 오랫동안 선 후배로, 동료로 함께 안부를 나누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친해짐에는 자연스러운 말 놓기가 한 몫합니다.


  처음에는 나이 어린 상대방과 서로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위해 높임말 대화가 진행됩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오면 순식간에 마음이 열립니다. 그러고 나면 말을 높이는 것이 저는 불편하게 여겨집니다. 제가 나이를 내세우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사람에게 존댓말을 하는 것이 어쩐지 사회적인 거리를 두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존댓말을 하면서 진실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제 진심이 그러니 상대방도 제가 말을 놓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입니다. 친근감이 확 쌓이는 것이지요. 친해지면서 말을 놓게 되고 말을 놓게 되면 더욱 빠르게 친해지고 그런 순환으로 금방 가까운 사이가 됩니다.  


  그런데 요즘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일단 제가 나이가 먹다 보니 웬만하면 주위에 저보다 어린 사람들입니다. 20대에게  3~40대의 반말은 친근감의 표시일 수 있지만 50대의 반말은 그냥 나이 든 사람의 반말로 보입니다. 이제 나이로만 따지면 한해 한해 반말 적용대상이  늘어납니다. 조심스러워져야 할 나이입니다. 이제 슬슬 반말을 거두고 존댓말을 시작합니다.


  반말은 친근하지만 존댓말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습니다.  쉽게 다가서러는 마음을 다스리고 내 생각과 감정에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공손하게  존댓말을 합니다. 친근감보다 존중의 의사를 표현합니다. 말을 높이는 것으로 당신과 나의 거리를 존중하려고 합니다. 그 거리는 제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나를 위해 말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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