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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조이 Sep 20. 2023

인생의 틀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경주에 작은 책방이 있습니다. 처음 그 책방을 찾은 날은 여름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근처에 주차를 하고 좁고 허름한 도로변을 걷다 보니 보라색 문이 나타났습니다. 무채색 거리에서 보라색은 어찌나 환하게 다가오든지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기운이 빗속을 걸어온 눅눅함을 감싸주었습니다.  책모임을 위한 큰 탁자가 하나, 작고 낮은 데이블 몇 개가 놓인 소박하고 아담한 공간이었습니다. 책방의 이름은  '지금 생각 중이야'입니다.  '지금'은 책방 주인의 필명이고 같은 제목으로 책도 출간했습니다. 자신의 책을 한쪽 구석에 두고 저자 할인으로 판매 중이었습니다.


  책은 오십에 홀로서기를 선택한 여인의 이야기였습니다. 남편과 아이들과 30년을 살다가 이제 자신을 보듬어주고 싶어서 혼자 살기를 선택한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저자의 선택을 두고 자신의 가치관을 대입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입니다. 저는 새로운 인생을 선택한 그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을 포기하고 새로운 인생을 향해가는 그 용기와 결단력이 아름답게 여겨졌습니다. 남편이 싫어서가 아니라 자신답게 살고 싶어서 선택한 길이었습니다. 남편옆에서는 자신답게 살 수 없어서 용기 낸 사람이었습니다. 너무나 평범한 50대 여성이 선택한 새로운 인생이야기였습니다.


  '부부는 한 침대에서 자야 한다. 각 방을 쓰면 안 된다.' 부모님으로부터 그렇게 듣고 자랐습니다. 다른 세대의 이야기를 너무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살았습니다. 부부라고 해서 반드시 한 침대에서 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 방을 쓰기도 하고 각 집 살이를 하기도 합니다. TV나 잡지등에서 각 집 살이를 하는 연예인들이 소개됩니다. 같은 아파트 아래 위층에 살거나 아예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각집살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평생 살아온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은 어쩐지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익숙한 삶을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불행을 견디는 것에 익숙해지면 그것조차 내 삶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혼은 서로의 동반자가 되는 것이지만, 동시에 각자의 개성과 삶의 방식을 존중하며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나는 내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내가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은 결혼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혼이나 별거를 택하지 않기로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인생에 정해진 틀은 없습니다. 무엇이든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지금 내가 사는 방식은 정해진 대로가 아니라 매 순간 내 선택의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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