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점으로 치장하기

부족한 나를 일으켜 세워줄 사람은 나 자신이다

by now nina
자신에 대한 무한 애정!
자신에 대한 무한 신뢰!
그것이 바로 행복의 시작입니다.
- 철학자 최진석-


사람들은 나를 보면 '자신만만'해 보인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도대체 내가 무엇이 자신만만한지 몰랐다. 겸손을 떨고자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나는 내세울 것도 없었고 자신 있는 것도 없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나를 내세울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자신 없는 것도 없었다.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말하면 그뿐, 잘하는 사람이 부럽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자주 의기소침해진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매일 일정 시간 책상에 앉아 엉덩이의 힘으로 글을 쓰라고 하는데 나는 그것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글 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써도 모자랄 판에 야구를 보거나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글쓰기는 숙제처럼 미루고 있다. 누가 등 떠밀어서 하는 일도 아닌데 왜 숙제처럼 느껴지는 걸까? 천성이 게으른데 글쓰기도 쉽지 않으니 자꾸 피하게 된다. 해야 하는데 하기는 싫으니 영판 숙제이다. 내가 낸 숙제에 내가 걸려 넘어지는 꼴이다.


글쓰기를 하면서 맞닥뜨린 내 모습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일단 게으르고, 의지박약 하고, 쓸데없이 진지하고, 상상력 부족하고, 유머감각 부족하고 , 지겨운 글을 쓰고, 체력 약하고, 여기저기 아픈 곳 많고, 자기 통제력 없고, 효율적이지 못하고, 체계적이지 못하고, 역량의 한계가 금방 드러나고, 열정은 코딱지만 하고, 그럭저럭 할 뿐인데 자신을 대단하다 생각하고 , 쓸데없이 자의식 강하고, 우물 안 개구리임을 오십 넘어서 알았고 , 보기보다 겁 많고, 성질만 대단해서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인내력 없고, 가끔 괜찮은 사람인척 연기하며 사는 나.

글을 쓰기 전에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내 모습이다. 뭐라도 하려고 마음먹어야 좌절할 기회도 갖게 된다. 나를 시험대에 올려놓은 적이 없으니 스스로 완벽했고 타인을 평가할 때 거침없었다. 서점에 널린 '그저 그런' 책들이 시시했다. 막상 내가 글을 써 보니 출간은 고사하고 분량을 채워 쓰는 일조차 버겁다. 글을 쓸수록 보잘것없는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고 사고의 깊이가 금방 바닥을 드러낸다. 어쩌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끝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로소 서점에 널린 책들이 달리 보이고 한 권 한 권마다 대단한 사람들이 보인다. 서점까지 갈 것도 없다. 브런치만 해도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위아래, 양 옆으로 빼곡하다.


보잘것없는 글을 붙잡고 있는 나를 향해 의심의 말들이 올라온다. '네 역량은 딱 여기까지 였어. 이제 그만 포기하고 다른 일 해.' 일기 이상의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수록 글문은 좁아지고 생각들은 내 안에서 웅크러든다. 포기하고픈 마음이 든다. 한 번은 에너지를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쏟아보겠다고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에 부딪혀 쓰러진다. 이대로 두다가는 정말 포기할지도 모르겠다. 누가 나를 일으켜 세워줄 수 없다.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


나는 원래 남 칭찬을 잘하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장점을 금방 찾아내어 아낌없이 칭찬하는 사람 아닌가? 이제 그 칭찬의 눈으로 나를 보자

일단 게으름의 즐거움을 알고,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으며, 인생에 진심이고, 현실적이며, 사실에 기반하고, 정직한 글을 쓰고, 체력관리의 필요성을 일찍 알게 되었고, 여기저기 몸을 잘 느끼고, 본능에 충실하고, 효율에 지배당하지 않고, 틀에서 자유롭고, 태세 전환이 빠르며, 포기가 빠르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졌고,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자족하며 살아왔고, 신중하고 , 사람을 인간성으로 판단하며, 기분파이고, 가끔 괜찮은 사람이기까지 한 나.


같은 내 모습인데 자책의 채찍을 내려놓으니 다른 사람이 보인다. 긍정의 말들로 뒤집어보니 모두 장점이다. 기분이 나아진다. 글을 쓰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괜찮은 나이므로, 괜찮은 내가 다시 한번 글을 써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장점으로 스며들기


예전에 다섯 명의 친구들에게 내 장점을 한 가지 이상 적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좀 엉뚱해 보이는 제안은 스트렝스 파인드 검사 결과 장점에 집중하라는 코칭에 따른 것이었다. 남들이 보는 나는 어떤지 알고 싶기도 하고 장난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1. 세련되고 자신감 넘친다. 존재만으로도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2. 일단 똑똑하고 늘씬하고 세련되고 책 많이 읽어서 박식하고 유머 있고 야무지고 좋은 친구다.

3. 외면이든 내면이든 자신을 가꿀 줄 알고 노력한다.

누군가의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까칠해 보이는 외모와 다른다.

4. 소주잔 든 손이 예쁘다. 같이 마시면 힐링이 되고 모든 것이 용서된다.

5. 사람을 안 가리고 보이는 모습보다 순하다. 모든 면에 스스럼이 없고 자신감 있다.

인생의 깊이가 있고 어떤 상황에서든 대화가 된다. 학구적이고 합리적이다.

부탁을 받고 뭐든 장점 거리를 생각해 내려고 애썼을 친구들 모습이 떠오른다. 남들이 인사치레로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스스로에게 도취되어 자랑을 일삼는 것은 한심하고 우스워 보인다. 그런데도 나는 가끔 이 글을 읽으며 친구들이 말한 장점이 내 안에 스며들어 진짜 내 모습이 되기를 바랬다.




친구 중에 그런 친구가 있었다. 그냥 남들이 기분 좋으라고 해주는 칭찬을 흘려듣지 않고 감동하여 듣는 친구였다. 말 그대로 립서비스인데도 진심으로 자신에게 그 모습이 있다고 생각하고 흡족해했다. 처음에는 옆에서 보기에 민망하고 친구가 유치해 보였다. 진심과 립서비스를 구분 못하는 친구가 어린애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순진한 이 친구는 점점 자신이 흡족해하는 칭찬 속의 모습대로 자신을 만들어 갔다. 결국은 내가 이 친구를 통해 배우게 된 것이다.


스스로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질 때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된다. 셀프 피그말리온 효과이다.

남아공에서 온 젊은 외국인 친구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외치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 I`m beautiful, I`m smart, I`m nice"


자신의 가치와 장점을 한껏 내세우고 치장해서 나를 힘나게 만드는 일은 지속적으로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다. 장애에 부딪혀 쓰러지려고 할 때 나를 일으켜 세워 줄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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