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카페에서 책 읽기

일상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마법의 시간 누리기

by now nina
안 보이던 게 보여서 나이드는 것도 정말 좋습니다.
바람도 축복이고, 강물도 기적이에요.
하나하나가 다 황홀한 순간이지요
- 박웅현-


아침 출근시간은 1초가 급하다. 아침밥 차려주고 화장하고 나서니 그날따라 멀리 있는 주차장에 차가 있었다. 거의 뛰다시피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이중 주차된 SUV가 떡하니 가로막고 있다. 경비 실는 너무 멀고 혼자서 이중 주차된 차를 밀어 본다. 한번 움직이기만 하면 밀려나가는 것을 알기에 하이힐 신은 다리를 지지대 삼아 힘껏 밀어 본다. 탱크 같은 무게로 꼼짝도 안 하는 고집불통 차가 미워서 분통이 터지려는 순간 차가 밀리고 동시에 어깨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 아픈 어깨를 한 손으로 주무르며 급하게 차를 뺀다. 지금까지 나를 괴롭히는 어깨 회전근개 파열은 그렇게 시간에 쫓겨 서두르다 생긴 상처였다.


세상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매혹의 순간


약속이 있어 아침 일찍 집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에 갔었다. 천장까지 닿는 통 큰 창으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직원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경쾌한 동작으로 커피머신을 손질하며 얘기를 나누다 나지막하게 웃는다. 따뜻한 갈색 테이블과 크림색 의자 사이로 기분 좋은 음악이 흘러 다니고 넓은 카페는 비어있었다. 손님으로 북적이기 전 카페는 여린 햇살과 음악만 가득했고 나는 그대로 시간이 멈추기를 바랐다.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이 오기 전 혼자 누리는 그 시간이 달고 감미로웠다. 풍성한 초록 나뭇잎과 희롱하던 바람은 열린 문 안으로 스며들었고 아직은 한산한 거리가 아침 빛으로 서서히 반짝일 때 시간은 천천히 내 몸을 통과해 흐르는 것 같았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부엌에서 들리는 도마질 소리에 선잠이 깨고 실눈 들어 바라본 창문께에 아침 햇살이 걸려 넘어오려고 할 때, 아득한 고요와 평화가 몽롱한 의식의 나를 감싸던 기억이다. 그 시절 어쩌다 눈을 뜨면 할머니는 투박하고 거친 손을 들어 다시 자라고 토닥여주시곤 했다. 어쩌다가 나는 카페에서 어린 시절 아침을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그 시절 잠이 깰 무렵 느꼈던 세상과 나사이에 흐르던 평화로운 간극을 아침 카페에서 다시 느낀 것이다. 어릴 때는 잠에서 깨어 세상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기 전이었다면, 어른이 되어 맞이한 아침 카페의 시간은 세상의 프레임에서 살짝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쫓기듯 살아온 내게 선물처럼 다가온 매혹의 순간이었다.


아침 카페의 고요와 평화


그때부터 아침 햇살이 퍼질 무렵 카페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아침 카페에는 서늘함과 눈부심이 공존한다. 서늘한 곳에 앉아 눈부신 장면을 본다. 책 말고는 다른 할 일이 없는 느린 시간을 유영한다. 혼자 있는 카페의 시간은 느리고 밀도 있게 흘러간다. 카페의 시간은 나와 만나는 시간이다.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일상을 두고 떠나온 시간이다. 집에서는 온갖 일상이 곳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내 시간을 침범해온다. 아침 먹은 설거지를 했다고 끝나지 않는다. 건전지 교환주기가 된 리모컨, 화분에 앉은 먼지가 고요한 시간을 방해한다. 책을 읽다가고 햇빛 좋을 때 밤새 덮고 잔 이불을 말려야 할 것 같아 일어서게 된다. 그러다 냉장고를 열어보고 해야 할 일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카페로 작은 여행을 떠난다.



아침의 고요함과 여유로운 평화를 누리기 위해 요즘 자주 찾는 카페는 센텀의 띵크커피이다.

집에서 산책 삼아 걷기에 적당한 위치에 있어서 남편과 함께 자주 찾는 곳이다. 전면 폴딩 도어를 열면 가로수와 영화의 전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근처에 유명 프랜차이즈가 있는 덕분에 이곳은 북적대지 않아서 아침시간은 조용히 책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일상을 내려놓지 않으면 일상은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내려놓은 연습을 나는 카페에서 한다.

일상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마법 같은 시간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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