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만난 소울메이트와 겨울 바다

by joyfulmito

아이들이 교회 수련회로 하루종일 집을 비운다. 엄마는 당장 친구와 여행을 약속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엄마의 자유 시간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이들 끼니 걱정 없이 하루를 통으로 놀 수 있는 날은 많지 않다.


이런 날 같이 여행 갈 사람으로 바로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마흔이 넘어 직장에서 만난 직장 동료가 그런 친구라니 난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나이는 내가 한 살 더 많지만 이 정도는 친구라 생각한다.)


"어디 가고 싶은지 생각해 봐."하고 구룡포 일본가옥거리를 떠올렸는데 며칠 후 친구가 " 바다 보고 싶은데 구룡포 일본가옥거리는 좀 멀까요?" 한다. 통했다.


아침에 아이들을 교회에 내려준 후, 정비소에 들러 타이어 체크 하고 주유도 한 후 친구네 집에 데리러 갔다. 친구를 태우고 포항으로 가는 길, 덤벙대는 나를 위해 친구는 네비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나 혼자 다니면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들곤 하지만 조수석에서의 역할을 성실하게 하는 친구 덕에 길을 헤매지 않는다.


배탈이 나서 오늘 점심은 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친구가 어제 배탈이 났었다는 얘기를 한다. ㅋㅋ 우리 좀 잘 통하는데? 점심 메뉴는 고등어 시래기 조림으로 결정했다. 친근한 시골 식당의 푸짐한 상차림이 정겹다. 추운 날씨에 따끈한 숭늉도 너무 반갑다.


드디어 그동안 오고 싶었던 장소에 도착했다. 넓지 않은 관광지이지만 몇 년 전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이다 보니 구석구석 살피며 드라마 속 장면들을 떠올리는 재미가 있다. 포스터 배경으로 유명한 계단을 올라가 내려다보는 경치도 너무 좋고, 동백이가 운영하던 까멜리아, 용식이 엄마가 운영하던 가게, 그 가게들과 어울리는 일본식 가옥들, 곳곳에 숨어있는 소품샵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동백이네 집에서 내려오는 길 마을의 모습들도 구경한다. 이런 오래된 마을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또 쏠쏠하지.


바닷가에 있는 바다뷰 카페로 이동하는 길 해안도로를 따라가며 멋지게 부서지는 파도와 오늘따라 빛깔이 장난 아닌 바다를 보고 바로 차를 세웠다. 갈매기보다는 조금 더 커 보이는 새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 구경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된다. 말려둔 과메기 풍경에도 신이 나는, 이게 여행의 재미다.


뚜벅이인 친구가 평일 낮에 겨울바다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난다. 아름다운 바다 색깔에 감탄을 마구 내뱉는다. 운전을 담당하고 있다는 이유로 나는 몹시 뿌듯해진다. 이게 내가 사람들을 데리고 여행 다니기를 좋아하는 이유인 것 같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여행에 누군가를 동행시킨 것뿐인데 그가 너무 좋아하고 고마워한다. 내가 사람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렇게 친구의 감탄소리를 마음껏 즐기며 바다뷰 카페를 찾는다. 처음 찾아간 카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건물은 예쁜데 창문이 더럽고 내부가 깔끔하지 않다. 다음 카페를 찾아간다. 야외 테라스는 너무 좋은데 내부는 갑갑하다. 호미곶을 지나 또 다음 카페를 찾아간다. 사람이 너무 많아 잠시 멈칫한다. 하지만 다행히 2층은 조용하고 뷰가 마음에 든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다행이다. 유명한 곳은 다 이유가 있는 듯하다.


직장 동료로 만난 친구와 그동안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젠 서로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안다. 서로의 가족과 친구들까지 줄줄 꾄다. 지금은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서로의 동료들과 학생들까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많은 좋은 친구들이 있지만 지금은 이 친구가 나의 일상을 가장 많이 알고 있지 않을까.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낫다는 말이 있는데 내게 이웃사촌은 이 친구인 듯싶다.


친구와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서로 성격은 참 다른데 참 잘 맞다. 친구와 수다를 떨며 나는 그림도 한 점 그린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함께 와서 내가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다를 떨며 그림까지 그리고 나니 시간이 꽤 늦었다.


서둘러 대구로 향한다. 집으로 오는 길 내내 시시각각 변하는 노을을 신나게 구경한다. 오늘은 색감이 끝내주는 날이다. 마음 편하게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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