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여행 중 쉼표 하나

by joyfulmito

남원에서 예쁘고 맛있는 식사를 마친 후 남원역에서 남편을 만났다. 서울에서 일하면서 주말마다 먼 곳까지 우리를 만나러 오느라 고생이 많다. 어차피 주말 부부라 대구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했지만, 일주일을 일하며 보내고 주말에 다른 지역으로 와서 여행에 합류하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긴 하다. 그 와중에 나는 나 혼자서 하던 모든 일을 주말엔 남편과 나누게 되니 마음 놓고 쉬게 된다. 역시 남편을 만나자마자 운전석을 남편에게 넘기고 대구까지 오는 길엔 차에서 눈을 붙이며 편히 쉬었다.


대구에서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계획이다. 늦게까지 잠을 자고 책이나 읽으며 하루 종일 뒹굴거렸다. 딸이 그동안 못했던 베이킹을 하고 싶다며 오늘 점심엔 피자를 만들겠단다. 그러면 엄마야 땡큐지. 오늘은 정말 제대로 쉬겠구나. 피자 만들 재료를 사러 나간 김에 2차 여행에 가져갈 식재료들도 충분히 채워왔다. 딸이 만든 맛난 피자를 먹으며 “넌 이런 거 만드는 거 안 귀찮아?” 하고 물으니, 너무 재미있고 뿌듯하다고. 방학 동안 여행 다니는 건 좋은데 베이킹을 못하는 게 가장 아쉽단다.


사실 이 시점에서 딸은 여행이 조금 힘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아들은 나를 닮아 여행 에너지가 넘치고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도 나 못지않은데, 딸은 휴양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결혼 전 가족 여행을 갔다가 동생이 너무 피곤하다며 오늘은 좀 쉬자고 했던 일이 기억난다. 그때 나는 여행 중 쉰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여기서 보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여행 중 쉴 시간이 있나 싶었다. 여행 에너지가 넘치는 내가 여행 계획을 세웠으니 휴양형 동생에게는 힘들기도 했을 테다. 휴양형 남편과 살면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내 여행 스타일도 상당히 둥글어지고 수용성도 커졌지만, 여전히 나는 여행만 가면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여행 파트너들과 발맞추기 위해 더 노력이 필요하다. 여행 후반전에는 아이들이 많이 쉬어갈 수 있도록 더 힘을 빼야 한다.


오랜만에 집에 오니 우리 집 침대가 유난히 편하고 모든 환경이 넘치게 안락하다. 오늘 하루 쉬고 쉬고 쉬며 멋진 쉼표 하나를 완성했다.


집밥, 담다: 전북 남원시 하정1길 28

명문제과: 전북 남원시 용성로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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