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있었던 아들 생일과 딸램 기말고사 끝난 기념으로 오랜만에 아웃백에 갔다. 실컷 먹고 나니 잠이 쏟아진다. 지금 집에 가면 잘 것 같은데... 아들은 친구들 만나러 갈 거라고 하고 딸램은 피곤해서 집에 가서 쉬겠단다. 저녁에 약속이 있다는 남편도 딸램과 집에 들어가기를 택했다.
밥만 먹고 집에 들어가긴 아쉽다며 잠이 오는데 굳이 혼자서 나들이를 나선다. 물론 차를 가지고 나가기로 한다. 35도를 웃도는 무서운 대구의 여름이다. 잠도 오는데 이 땡볕에 걷고 싶지는 않다.
어디 가서 그림이나 한 장 그리고 오자. 이 더위에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수도 없다며 레스토랑에서 나오며 받은 커피가 있는데도 굳이 카페를 찾아간다. 카페에 들어가며 커피를 들고 갈 수는 없으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뜨거운 차 안에 남겨 두고 카페 문을 열었다.
배가 불러 딱히 마시고 싶은 게 없으니 만만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멀쩡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차에 버려둔 채 말이다. 카페 안이 너무 춥길래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차에 버려둔 아메리카노와 차별성을 두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주문을 한 후 어슬렁거리며 그림 그리기 적당한 자리를 골라 본다. 주말임에도 사람이 많지 않아 선택의 폭이 넓다. 그림 그리기 좋은 창가 자리도 비어 있고 말이다.
그런데도 굳이 나는 야외 테라스 석을 고르고 말았다. 가장 그리고 싶은 장면을 테라스에서 찾고 말았다. 결국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이 더운 여름날 야외에서 그림을 그린다. 차에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도 들고 와야 하는지 고민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이라니.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이런 상황을 내가 즐기고 있다는 거다. 이 상황이 웃겨서 실실 웃음이 난다. 이 웃음을 위해 내 스스로 자초한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해 내 몸의 불편함 정도는 감수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리고 싶은 장면을 실실 웃으며 즐겁게 그려냈으니 즐거웠던 하루다. 그러면 됐다.
집에 오자마자 허세라도 부리는 중딩처럼 남편에게 자랑하듯 에피소드를 쏟아낸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남편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참 못 말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