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2주 남겨두고 방학 계획을 세우기 시작할 즈음에서야 겨우 그동안 방치해두었던 브런치 생각이 났다. 기대했던 만큼 즐거웠고지금까지 경력 중 가장 수월했던 학기였음에도 학기 중에는 글 한 편 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나 보다. 바빴다고 하더라도 틈틈이 그림도 그리고 책도 많이 읽었는데 말이다.글을 쓰는 것은 아무래도 더 큰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가 보다.
지난겨울 방학 전 1kg 불어난 몸무게를 계기로 하루에 2시간씩 매일 걷기로 결심하게 되었고, 그 추운 날씨에도 열심히 걷고 그리고 글을 썼다. 효과가 있었던지 불어난 1kg를 감량하는데도 성공했다. 비록 내가 원한 건 1kg 이상이었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한 학기 동안 최대한 열심히 걸어서 출퇴근을 하며 하루 1시간 걷기를 꾸준히 해 왔음에도 방학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다시 1kg가 불어나고 말았다. 아무래도 나이 탓인가 보다. 몸매는 변했더라도 지난 20년간 같은 몸무게를 유지해왔다면 거기에 만족하고 이제 1kg 정도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1kg가 불어난 상태로 다시 20년을 유지할 수 있다면 뭐 1kg 정도는 양보할 의향도 있지만,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1kg는 거기에서 만족할 것 같지만은 않아 보인다.
여기에서 나는 올여름 방학에 다시 2시간을 걸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사실 나는 걷고 새로운 곳을 찾고 그림으로 그곳을 기록하는 게 너무 좋다. 생각만 해도 신이 난다. 하지만 이 계획에 대구의 폭염이 더해진다면 그건 아무래도 쉽게 내릴 결정은 아닌 게다. 요즘도 35도를 넘어가는 날은 차를 가지고 출근한다. 양산 들고 마실 물과 손수건을 챙겨보지만 30분 거리를 50분 만에 도착하고도 에어컨 아래 퍼져 버린다. 늦은 나이에 햇볕 알레르기를 겪고 있는 친정 엄마도 두 팔을 저으시며 나를 말린다.
그렇다면 또다시 겨울방학 전에 했던 고민에 봉착한다. 걷기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는가. 그걸 찾아내는 것보다는 대구의 폭염 속을 걷는 게 쉬울 정도다. 덜 더운 아침 시간과 저녁 시간을 공략해 볼 수도 있겠다. 물론 그렇다면 카페에서 그림 그리기는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른 시간엔 카페에 문을 열지 않을 테고, 저녁 시간엔 금세 야경이 되어버려 그림 그리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방학 계획을 세우다 보니 벌써 학기가 끝난 듯 설렌다. 빨리 교사 그만두고 마음대로 여행 다니며 그림 그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직은 부양해야 할 아이들을 위해 조금 더 돈을 벌어야 할 듯하고 또 그만둬버리기에는 나는 내 일을 꽤 사랑하는 것 같다. 마음껏 여행 다니며 야외에서 그림 그리기에는 힘든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이지만 일 년에 3개월이라는 방학이 그나마 나를 다독인다. 마음껏 다닐 수 있는 때도 오겠지. 그때까지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즐기기로 한다. 다시 말해 이번 방학도 최선을 다해 놀아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