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내 성향과 달리 나의 일상은 틀에 박힌 듯 규칙적이다. 학생과 교사로 평생을 살면서 규칙적인 생활에 몸에 베인 것인지 오로지 나의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매일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표를 열심히 지킨다.
방학이 시작된 지 열흘. 아침을 먹고 나면 집안일 몇 가지를 끝내 두고 큐티를 하고 책을 읽는다. 점심을 해서 아이들과 먹고 나면 홀로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가고자 하는 카페를 찜해 두고 가고 싶은 길을 아무렇게나 골라가며 한 시간을 걷는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하고 창가 자리를 골라 앉아 그림 도구를 꺼낸다.
네이버지도에서 아무렇게나 찾아낸 카페에 도착했는데 공간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들어가는 입구의 허름하면서도 깔끔한 느낌, 오래된 것과 새것의 조화, 아늑하고 조용한 공간,넓고 편한 책상(테이블이 아니고 정말 책상이다), 평화로운 바깥 풍경, 친절한 사장님, 내 입에 딱 맞는 커피... 모든 게 내 마음에 쏙 든다. 보물을 찾아낸 기분이다. 매일 그림 그릴 장소를 찾아 나서는 내 일상이 보물찾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겨우 종이 조각일 뿐인 보물을 찾아들고 신이 났던 어린 시절 소풍 장소가 떠오른다.
요즘 좋은 공간들이 워낙 많아서 매일매일 즐거운 보물 찾기가 가능하다. 올 한 해 내가 찾아낼 무수히 많은 보물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노을로 하늘이 은은하게 물들기 시작하고 보석 같은 새들이 v자를 선명하게 그리며 날아간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남기고 노을 구경을 신나게 하며 다시 한 시간을 걸어 집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