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즐거운 꿀벌 Mar 14. 2024

행복지수 높은 나라의 양면

작성일 2018.8.20


이 나라는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우리나라 70년대와 비슷한 발전 상태.

부정부패는 극심하고 뇌물이 아니고서는 사업을 할 수 없는 늪과 같은 곳인데도 말이다.


거리에서 사람들의 얼굴에서 순수, 순진, 평온, 해맑음을 보노라면 마치 영화관에서 상영 전 여행사나 항공사 광고를 보는 듯한 감동을 느낀다. 천연 그대로의 때 묻지 않은 아시아인의 미소. 무엇으로 그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교육? 자본? 과학? 예술?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미소를 가진 이들에게는 이런 혜택들이 적다.

한국의 틀 안에 절여진 내가 여기 와서 이 사람들의 표정, 미소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어? 왜 이런 표정을 한국에서는 못봤지?

웃는 모습, 미소짓는 모습이 사뭇 달랐다.


생각해보니 이런 모습이 우리에게도 있었던 것 같다. 물질적 풍요로움에 익숙해 지기 전에 이들과 같은 표정을 사진이나 티비, 아니 어렸을 때 이모, 삼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보았던 것 같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고 심지어 요즘은 전세계에서 동경까지 받고있는 우리가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여기서 매일 힘든 일을 많이 겪어오고 있지만 가장 큰 선물을 받기도 했다. 그것은 우리 직원들의 미소다.(조만간 우리 직원들의 일하는 분위기를 스케치 할 예정인데 거기서 자세히 그려보도록 하겠다) 그 미소를 보면서 온갖 스트레스가 다리미로 다림질하듯 쫙 펴지고 몸에 잠복해 있는 어떤 호르몬이 분비되어 온 몸에 충전이 되는 신기한 육체적 반응을 하루에도 여러번 경험하고 있다.


학교도 몇 년 밖에 못다녀서 대부분 글자를 읽고 쓸 수 없는, 시골에서 상경한 20대 초중반 우리 직원들. 영혼에 빛을 쪼여주는 그 미소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는 마음.

느긋한 마음.

눈에 보이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마음.

이것이 그들과 1년을 살아보며 내린 결론이다.


그런데 잠깐!

세상의 모든 것에는 양면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하고 만족하고 행복한 이 미소에도 역시 뒷 면, 어두운 면이 있었던 것이었다.


이 뒷 면은, 만약 내가 여행을 하러 왔으면 알수 없었을 것이고 주재원으로 왔으면 극히 피상적으로만 알았을 것이다. 사업(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하고 일을 시키는)을 하면서, 매일 가르치고 함께 부데끼며(직원들과 한 집에서 먹고 잔다) 일을 하고 삶을 함께 하면 알 수 있는 것을 1년(한 나라의 민족성과 습성, 문화, 행동양식을 파악하기에 꽤 짧은 시간)도 채 안되어 알아버렸다.(물론 그 깊이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겠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불만도 욕심도 집착도 분노도 목표도 열심도 없는 그 이면에는 게으름과 회피, 포기, 두려움이 있더라.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미소에서 약간의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기다려요', '괜찮아요', '몰라요', '내가 안그랬어요', '그만 둘래요', '힘들어요'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엊그제도 그만둔다는 한 직원을 설득했고 어제는 다른 한 명이 엄마가 아프다는 이유로 갑자기 그만뒀다)


 얼마전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외국인 사장을 만났을 때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이 나라 사람들은 교육시키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차라리 돈을 많이 주고라도 교육된 사람들 쓴다.


한동안 우리가, 내가 잃어버린 미소 때문에 씁쓸했지만, 그 뒷면을 알아버리고 나서는 한국에서 나도 모르게 절여진 '한국인 근성'을 감사하고 귀하게 여기게 되었다. 참고로 말하지만 나는 한국에 대해 음식과 동양의학 빼고는 좋아하는 것이 거의 없었다.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인내하며 끝까지 도전하며 밀고 나가는 정신, 목표를 향해 꾸준히 열심히 매진하는 태도, 이것이 나에게 없는 그들의 아름다운 미소 뒷면에서 발견한 나에게 있는 또다른 것이다.


잠깐만요! 이런 한국인의 근성에도 뒷 면이 있지 않나요? 최근 이런 부작용을 치유해주는 게 한국 문화의 트렌드에요!


맞다. 그래서 옳고 그름이 아니라 한 부분이고 과정인 것 같다.


콩조림, 계란 후라이에 김치가 있어야 맛이 완성되듯, 나는 우리 직원들의 미소에 영혼을 녹이고 매일 괜찮아, 기다려, 힘들어를 되뇌이며 내 안의 한국인의 근성을 아름답고 맛있게 완성해 가고 싶다. 표현이 너무 시적이었나?


그럼 다시 수학적으로!

(열심+성실+열정+끈기+도전+인내) * (만족+행복+미소+여유) =  정답


정답은 차근차근 풀어가 보련다.

이전 01화 땡볕에 바짝 말라가는 빨래와 내 게으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