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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꿀벌 Mar 27. 2024

사치를 누려보다

전신마사지 치유

출처 freepik


작성일 2018.8.21.


내가 마사지를 받아본 기억은 체육대회나 운동회 때 사회자의 구령에 맞춰 줄줄이 서서 앞사람 어깨를 주물러 준거랑 작년에 사이판에서 스톤마사지를 받아본 것이다.


그 외에는 자가 마사지.


나는 건강에 관심이 많다. 발마사지도 야매로 배워서 기구를 사서 내가 해보면서 몸의 변화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리고 소화가 안되면 직접 손을 많이 따기도 했고 주먹을 쥐어 뒷 등이나 허리에 갖다 대고 누워서 좌우로 몸을 흔들면 주먹 돌기가 혈자리를 건드려서 소화도 잘되고 몸이 시원해진다. 그 외에는 아주 간혹가다가 종아리나 팔을 주물러 본 거? 이게 내 인생의 마사지 이력의 전부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바꿔 표현하고 싶다.

"내가 나의 몸을 만져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매일 보고 데리고 다니는 내 몸뚱아리. 그러나 마사지를 받기 전까지는 보이는 게 전부였을 뿐 내 몸뚱아리의 일부로서 어떤 수고를 하며 나를 위해 존재하는지 전혀 느끼지 못했다. 나의 일부인데 나와는 연결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따로 각방을 쓰며 지냈다고 해야할까. 


이곳은 인건비가 저렴해서 마사지를 저렴하게 받을 수가 있다. 마사지 샵도 많이 있지만 우리는 바쁘고 샵까지 가기가 피곤해서 집으로 불러서 마사지를 받는다. 이렇게 황송할 데가. 한국에서는 미용실도 1년에 한 번가고 네일케어는 로드샵가서 테스트 해보는 척 하며 해 보고 일년에 옷사는 비용으로는 총 10~15만원 정도 지출하며(서글프게 들리겠지만 나름 비법이 있다) 살았던 내가 여기와서 전신 마사지를 받는다? 갑자기 재벌 사모님이 된 것 같다.


처음 마사지를 받을 때를 잊을 수 없다. 남의 살이 내 몸에 닿는 순간이 너무 묘하고 어색했다. 게다가 간지럼을 잘 타서 이를 악 물고 참았다.이런 내 모습이 너무 웃겨 웃음도 같이 참았다. 


생판 모르는 현지인 나이 많은 아줌마의 살이 내 몸에 닿는데 왜 마음까지 따뜻해질까? 그 느낌을 참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스킨십'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스킨십이 몸과 정신 건강에 좋다는 기사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스킨십을 거의 해 본적이 없다. 

아주 가끔 서양 사람들과 포옹을 하고 뺨을 마주대고 인사를 할 때면 스킨십에 대한 편견이 내 안에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성별이나 나이를 불문하고 스킨십을 하는 것이 얼마나 건강한가를 몸으로 느낀 적이 있다. 스킨십은 야한 거, 성적인 거, 부끄러운 거. 이렇기에 내 몸은 스킨십을 원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은 채 지금까지 조용히 내 몸에 붙어있다.


전신 마사지를 받으면서 어? 이런 부위가 내 몸에 있었네? 여기를 한번도 눌러보지 않고 살았네? 어떤 상태로 내 몸에 붙어 있는지 관심도 없었던 부위가 많더라. 등과 허리 사이에 있는 여러 부분들, 엉덩이, 허벅지 안과 밖에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 아픈데가 없다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누르는 족족 다 아프다.


"그동안 많이 아팠구나.. 미안해. 몰라줘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

꽃이 되었다"


그 아이들을 만져주니 모두 하나되어 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다준다. 여기서 죽을만큼 아프거나 피곤했을 때 마사지를 받고 감쪽같이, 씻은 듯이 회복된 적이 있다.


앞서 말했듯, 나는 건강에 관심이 많다. 부항과 뜸을 좋아하고 최근에는 침술을 배우고 있다. 경혈을 배우면서 우리 몸이 얼마나 놀라운 자가 치유력이 있는지에 대한 지식과 실습이 더해져 마사지는 나에게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내 몸에 있는 수십억명의 아이들아,


그동안 고장도 안나고 휴가도 안가고 쉬지 않고 나를 위해 일해줘서 너무 고마워. 이젠 내가 너희를 만져주고 위로해 줄게."


오늘도 마사지를 받고 잠을 청한다.

내 인생에 이런 사치를 누려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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