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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꿀벌 May 04. 2024

뜻밖의 작은 사고로 감사를 되찾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

출처 freepik



작성일 2018.8.28


오늘 유리로 된 선반을 옮길 일이 있었다.


2단 철제 선반이고 상판은 유리. 감사하게도 아는 분이 며칠전 무료로 제작해주셨다. 3층에서 3층으로 이동을 해야했다. 


음.. 이해가 잘 안될거 같아서 집 구조를 설명하자면, 이 나라의 전형적인 집구조는 1층은 거실처럼 오픈된 공간, 2층, 3층은 앞뒤로 방이 1개씩(한 층당 방이 두 개), 4층은 옥상 이렇게 이루어져 있다.


우리 식당은 1층으로 집 두채가 하나로 틔여있는 공간을 사용하고 위에는 총 방이 8개인데, 7개는 하숙방, 1개는 내 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얘기가 좀 길어지게 됐는데, 마저 하겠다. 


처음에 이렇게 2달을 썼다. 1층 뒤쪽을 주방으로 썼는데 배수가 안되서 물바다가 되었고 공사를 몇번이나 했지만 천정에서 물이 새고 바닥은 물이 안빠져서 애들이랑 계속 물을 퍼 날라야 했고 집 앞에 다라이를 놓고 설거지를 한 적도 있었다. 설거지 구정물을 퍼나르는 것도, 다라이에 설거지 하는 것도 깔깔거리며 웃고 장난치고 농담하면서 신나게 일하는 애들을 보면서 신기할 뿐이었다. 이사를 우기 때 왔는데, 매일같이 비가 오면 물이 새는게 아니라 수도꼭지에서 물이 떨어지듯 천정 여러군데에서 물이 콸콸 쏟아졌다. 전구등이 퍽! 터지면서 그 안에서도 물이 콸콸 쏟아지기도 하고 쏟아지는 물에 냉장고 여러개를 피신시키는게 일상이었다. 이것보다 더 큰 두려움은 천정이 물을 흡수해 곧 주저앉는다는 말이었다. 집주인한테 수차례 얘기해도 다음달, 몇달뒤에 해주겠다는 말 뿐이었고 미루고 미뤄져 결국 9개월 뒤에 큰 지붕공사가 있었다. 


이렇게 주방 수난을 당하던 차에 옆집 살던 사람이 이사를 간다면서 그 집을 같이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서 계약을 하고 주방 벽을 뚫어서 배수 문제가 일단락이 되었다.(그후로도 여러번의 고장과 막힘이 있지만서도)

그래서 집이 세 채, 식당은 A,B 건물로, 주방은 A,B,C를 통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유리 선반을 A동 3층에서 B동 3층으로 이동하던 중 실리콘으로 붙어있던 유리가 가파른 계단을 타고 가다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1층에 다와서 유리가 미끄러져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미끄러지는 순간 나는 바로 옆에 있었고 유리를 손으로 잡았다. 손바닥이 찢어졌고 피가 떨어졌다. 유리는 벽에 부딛혀 산산조각이 나면서 내 몸에 튀었다. 목 아래부분 블라우스에 피가 조금 묻었고 하얀 유리 입자 가루가 팔에 묻었다.


순간 정신이 멍해졌고 정신을 차리고보니 내가 살아있다는게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가 좋은게 아니라서 깨지면서 뾰족한 모양으로 부스러졌는데 내 다리가 성한게 기적이다.


애들이 와서 괜찮냐고 묻는데,

"너무 감사해. 나 죽을뻔 했어.. '아이라'도 죽을뻔했어.."

애들은 어디 좀 보자며 눈물을 글썽였다.


손바닥 상처만으로도 이렇게 아픈데.. 

사지멀쩡한게 얼마나 감사한지..

건강한게 그리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얼마나 감사한지..


오늘 뉴스에서 본 박해미씨 남편 교통사고 소식이 떠오르면서 사람이 죽고 사는 게 한 순간이구나를 절실히 느꼈다.


오늘 하루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으로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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