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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꿀벌 May 11. 2024

소꿉놀이 하는 하루하루

행복의 비밀을 배우는 놀이

                                                           출처 Pinterest

작성일 2023.1.5.


10년도 넘은 것 같다. 루카스라는 연극을 본지가.


하버드대학의 교수이자 신학자, 최고의 지성인인 헨리 나우웬이 캐나다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 장애인 공동체에 들어가서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달라진 경험과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다.


실제 배경에 대해서 아는 것은 이 정도다.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연극의 몇몇 장면이 있지만 그것보다도 더 선명히 기억이 나는 것은, 나는 그때당시 이 연극을 보면서, 과연 이 시대의 최고의 지성인이 가난하고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된, 소위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다고 여김을 받는 이들에게 무엇을 발견했을까가 가장 궁금했고 이것을 찾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보았던 내 모습이다.


무질서와 실수 투성이, 뭐 하나 제대로 잘 할 수 없는 사람들과 엎치락 뒤치락 삶을 살아가는 하루 하루들. 그들의 행동과 표현방식은 누구도 손을 대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정제되지 않은 천연 그대로다. 문명의 수많은 교육으로 제단된 내 기준으로 그들을 볼 때, 당혹스럽고 낯설다.


그러나 그 안에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로 용납하는 울타리와 가족으로 품어주는 따뜻한 마음과 웃음이  있었다. 시대 최고의 석학으로서 누렸던 최고의 지식과 명예, 물질적인 혜택과 안락함으로 얻을수 없었던 것들을 발견했었을 것 같다.


헨리 나우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주었던 그 공동체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가 받았을 충격과 감동은 나에게 깊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남겼다.

그리고 그 궁금증이 이곳 동남아에서 부대끼고 살면서 생각치도 못하게 해소가 되어가고 있다. 가끔씩 헨리 나우웬이 되어 설레임과 감동에 취해있는 나를 발견한다.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순간들을 겪어가면서 '아, 그게 이런거구나'라고 직감적으로 깨달아지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직원들과 한 집에서 먹고, 자고, 일하고, 빨래하고, 씻고, 쉬고(코로나로 모든 것이 봉쇄되었을 때 함께 24시간 일과 삶을 공유하는 것은 가족됨, 하나됨을 저절로 몸으로 알게 해주었다.) 문법은 온대간대 없고 아주 간단한 단어로만 모든 대화를 주고 받으며 일을 하면서, 눈으로 가슴으로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특히 먹는게 참으로 중요한데, 함께 요리를 해서 같이 밥을 먹는 게 가족됨을 느끼게 해줬던 것 같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사람이 많이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무겁고 부자연스럽고 건조하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쌓아온 많은 지식과 경험으로 매일 닳고 닳은 목소리로 직원들을 가르치면서 진이 빠지고 짜증과 분노가 폭발할 때가 너무도 많지만, 그들의 순수하고 겸손한, 가진것 없는 그 모습 앞에 나도 어느새 가면과 쓸데없는 옷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있는 것 같다. 


더 좋은 것, 많은 것을 갖고 누리고 사는 것이 중요했었는데 지금은 그저 쇼핑도, 산책도, 외식도, 만나는 사람도,(이곳은 갈곳도 할것도 만날 사람도 없다) 예전에 유일한 낙이었던 까페에서 홀로 시간보내는 것도 안하고 있지만, 함께 한 집에서 살면서 부대끼며 함께 하는 것이 마음 깊은 곳에서 안정감을 준다.


그 안정감이란 누구에게 판단, 제단, 제약 받지 않고 내 일상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가면서 어떤 문제나 만족, 보람 등을 오롯이 나의 것으로 누리며 살아가면서 느껴지는 것 같다. 마치 소꿉놀이에 어떤 규칙도 평가도 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즐거워 하는것과 같지 않을까.


이곳에 와서 예닐곱살에 소꿉놀이를 하며 지냈던 시간들이 기적적으로 되살아났다. 매일 소꿉놀이를 하는 행복이 있다. 글을 쓰면서 이런 부분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짚어볼수 있어서 참 좋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더 이야기 할 것들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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