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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꿀벌 May 27. 2024

초대받은 신데렐라 2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출처 Pinterest


다음날 아침 근처 냉장 창고에서 김치를 가져와 세 명 분으로 세서 나누고 포장을 하는데 각 거래처별 특이사항과 서류들을 챙기고 포장하는 것을 봐주는 데 정말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아시는 분들이 오셔서 냉장 창고를 봐 주고 계셨고 나는 아직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친구가 자기는 도착을 했다면서 어디냐고 연락이 왔다. 일이 생겨서 조금 늦을 거 같다고 문자를 보내고 나니 도저히 발이 안 떨어졌지만 가야겠다 싶었다. 아침에 잠깐 왔다갔다 하며 일을 했더니 온 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급히 올라가서 샤워 후 간만에 화장을 하고 어제 새벽에 널어뒀는데도 바짝 마른 정장을 입고 나왔다. 


여기는 대중 교통이 없고 릭샤라고 작은 모터가 달리고 앞에는 운전수, 뒤에는 두세명이 탈수 있는 딱정벌레 같이 생긴 운송수단이 있다. 그걸 타고 강연회장까지 가는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호박마차처럼 느껴지며 내가 정말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었다. 어릴 때 신데렐라는 매우 화려한 공주로만 인식이 되었는데, 막상 이 역할을 하려고 보니 극과 극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강연회장은 부촌 안에 유럽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전에 한 번 가보고 천국에 가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을 정도로 환상에 빠졌었기에 정말 호박 마차를 타고  성으로 가는 것 같았다.   


드디어 도착을 했다. 어머나...

다리 앞에 도착을 했고 다리 너머 거대한 성이 보였다.

유럽의 거대한 성과 같은 곳이었고 가운데 양쪽으로 큰 기둥 사이 계단에 레드 카펫이 깔려 있었다. 주변에는 정장을 입은 근사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너무 어색하고 몸둘바를 모르겠다. 레드카펫을 밟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순간 내가 드레스를 입고 성을 올라가는 영화배우로 빙의가 되어 나도 모르게 바지 양쪽을 드레스 인줄 알고 잡았다. 수많은 플래시가 터지는 거 같아 수줍은 미소가 절로 나왔다. 


계단을 다 오르자 정말 근사해 보이는 사람들이 공간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매일 무식하고 속이고 실수투성이인 사람들 사이에서 전쟁을 치르다가 이런 곳에 오니 도대체 이 나라에 이런 사람들이 어디 숨었다가 다 여길 왔나 싶었다.


친구가 나를 보자마자 "You look nice!"라며 칭찬을 한다. 그 난리통에 새벽 2시에 세탁을 하고 나온 줄 그 누가 알랴.


드디어 강연회가 시작이 되었고 오랫동안 사진으로만 봤던 강사를 보았다. 우주스케일의 영화에 더빙으로 나오는 굵고 중후한 목소리에 분명한 발음, 큰 풍채에서 성공의 아우라가 마구 품어져 나오고 있었다. 


대략 강의 내용은,

리더십은 다른 사람에게 가치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배움은 경험에서 평가할 때 이루어진다.

열정을 가지고 개인의 성장을 이루라. 당신 자신이 성장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가지지 않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줄 수 없다. 당신 자신을 위해 투자하라.

당신은 멘토나 코치가 있는가? 멘토링과 코칭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가?

당신이 어떤 부분에서 성장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정하라(의사소통, 리더십, 다른 이들을 훈련하는 것, 태도, 관계)

영과 태도가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성공하려면, 

1. 무엇을 얻고 싶은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2. 올바른 도구가 있어야 한다. 열심히 일하기 전에 도구를 잘 고르기 위해 노력하라. 

3. 행동하라

4. 집중하라. 매일 같은 나무를 5번씩 자르면 언젠가는 그 나무는 넘어지게 된다. 그러나 매일 다른 나무를 5번씩 평생을 잘라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강연자는 평생을 리더십을 위해 읽고 파일링을 하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글을 쓰고, 읽고 파일링을 하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글을 쓰고 매일 명절에도 크리스마스에도 매일 매일 했단다. "당신이 나처럼 이렇게 매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나처럼 되고 싶다고 하면 그건 말이 안되지요. 만일 당신이 나처럼 이렇게 한다면 나처럼 될 수 있습니다."


근사한 곳에서 멋있고 열정적인 사람들과 함께 배우는 이 내용이 머리에 새겨질 때마다 매일 전쟁 통에 참을 인을 새기며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시도하고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나의 삶이 오버랩이 되었다. 분위기는 너무 다르지만 아니 어쩌면 내 삶에서 배우는 것이 더욱 깊이있고 가치있는 것이리라. 


강연이 끝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교육 프로그램을 결재하고 신청을 했다. 나는 그들을 뒤로 하고 나의 호박마차를 타고 뜨거운 흙먼지 바람을 맞으며 다짐했다. 


'그래, 나는 오늘 배운 것을 매일 자세히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에 있어. 매일 꾸준히 훈련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런 멋있는 곳에서 나눌만한 놀랍고 근사한 내용들이 내 삶에 하나씩 차곡차곡 채워질거야.'


이제 나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와 내 삶의 기본기와 근본을 하나씩 다듬어가는 자리로 돌아간다. 비록 꿈에서 깼지만 성안의 근사한 모습을 기억하며 신데렐라로 살아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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