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대로 행복의 방법을 찾아야겠지

그게 어떤 길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by 유미작가


"심장박동의 멈춤으로 아무도 알 수 없는 우리의 소중한 기회는 또 사라졌다. 5개월 동안 두 번의 아픔으로 상실과 절망의 감정으로 우리 두 사람은 잠시 모든 걸 멈췄다."


자려고 누워서 습관적으로 포털 뉴스를 휙휙 넘기다 진태현과 박시은 부부의 기사를 읽게 되었다. 요즘 연예 기사들이 대체로 그렇듯 연예인들이 개인 SNS에 올린 소식에 앞뒤로 따옴표만 붙여서 전한 글이었다. 이런 글은 깊이도 울림도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4D 체험처럼 이들의 감정과 박시은 배우가 지금 느끼고 있을 육체적 고통이 전해졌다. 시험관 시술을 하고 있었나? 인공 수정인가? 두 번째였구나. 임신이 되었다 계류유산이 되었구나.


피검 수치로 임신이 확인되었을 때의 기쁨, 초음파 진료를 볼 때마다 조금씩 커지며 얼추 젤리 곰 형태를 갖췄을 때 차오르는 환희,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기 위해 매주 병원을 찾으며 포기하지 않았던 희망, 박동수가 정상적으로 빨라지지 않을 때의 불안,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을 긍정의 다짐, 심박 수가 다시 조금 빨라졌을 때의 안도, 심박동이 멎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을 때의 절망, 그 이후 자연배출이나 인공임신중절 수술의 고통, 몸이 느끼는 고통보다 더 큰 상실감.


어쩌면 그 끝에 분노와 원망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그들이지만, 혹시 그런 마음을 가졌다 해도 나는 이상하기는커녕 당연하다 생각된다.


"유쾌하려 애쓰지 않고 이제는 슬플 때 크게 울 수 있음에 감사한 경험들이었다."


진태현 배우의 말이 참 아프게 공감되었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의 감정 중 밝고 명랑한 감정만을 편애하며 지분을 좀 더 주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돌이켜 보면 나 역시 슬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유쾌한 모습으로 포장하려 했다. 그래야 성숙한 사회인이자 어른이라 생각했다.


10번 가까이 실패하고도 시간이 더 흐르고서야 나는 겨우 감사한 경험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지난한 그 과정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2번의 실패를 감사한 경험이었노라 말할 수 있는 진태현과 박시은 부부의 마음의 깊이가 존경스럽다.


작년 가을, 난임 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하고도 반년이 지났을 때쯤 남편과 속리산 국립공원에 단풍을 보러 갔었다. 나는 천천히 예전의 내 생활을 되찾고 있었고, 남편은 그런 나를 묵묵히 바라봐주고 있었다. 체력의 회복은 마음보다 더 느리고 지난했다. 정상까지 가지 못하고 하산하는 길 우리는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고소한 향이 피어오르는 두꺼운 파전을 안주 삼아 시원한 동동주를 마시며 남편에게 물었다.


"그래서 자기 마음은 어때?

일, 그냥 우리 둘이 딩크로 사는 거

이,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는 거

삼, 우리의 아이를 출산해서 키우는 거"


남편은 말이 없었다. 나는 대답을 재촉했다. 그제야 남편이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나는 딩크는 생각해본 적이 없고, 2번 아니면 3번인 것 같아. 유미 양은?"

"그렇구나. 나는 1번 아니면 2번인 것 같아."


동동주를 앞에 두고 남편과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감정에 그리고 서로에게 솔직했다. 우리는 같은 마음이었다. 함께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우리가 가장 행복하려면 무엇이 맞는 길일까? 가보지 않고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진태연과 박시은 부부는 우리보다 결혼이 1년 빨랐다. 그리고 4년 뒤 장성한 딸을 공개 입양했다. 지금 이들은 자신들의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 부부는 노력했었다. 지금은... 다시 또 저런 지난한 과정을 반복할 자신이 없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 내 마음과 감정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겨우 안정을 찾았다고 느끼는 지금이 내게는 충분하다. 노력하고 있는 예쁜 부부에게는 그들이 바라는 생명의 축복이 내렸으면 좋겠다. 우리는 우리대로 행복의 방법을 찾아야겠지. 그게 어떤 길이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