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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작가 Apr 22. 2022

새 생명은 무제한 와인과 코로나 백신의 선물인가?

태교일기 [31w4d] 딱풀이에게 보내는 2번째 편지 (D-49)


딱풀아~


오늘은 지난가을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해. 2021년 10월 12일쯤이었을 거야. 엄마는 새벽에 배가 너무 아파서 잠이 깼어. 꼭 생리통처럼 쿡쿡 쑤시고 싸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 아빠는 옆에서 세상모르고 코를 골고 자고 있는데 엄마 혼자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느라 분주했어. 생리를 하려면 아직 며칠은 더 있어야 하는데 이 느낌은 뭘까 의아했었지.


그리고 이틀 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갔는데 속옷에 흐릿한 갈색 혈이 묻어있었어. 착상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순간 엄마 머릿속을 스쳤어. 설마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엄마는 황급히 화장대 서랍을 뒤져 임신 테스트기를 찾아냈어. 다행히 예전에 먼저 임신한 엄마의 후배가 엄마에게 주었던 배란 테스트기 더미 사이에 임신 테스트기 2개가 남아있었더라고.




2줄이면 임신인데. 설마? 설마! 정말? 정말! 설명서에서 안내하는 5분은커녕 2분도 채 되지 않아 흐릿한 두 줄이 드러났어.


거듭된 시험관 시술 끝에 엄마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고, 아빠는 엄마가 또 임신과 유산을 반복해 건강이 나빠질까 봐 조심스러워했어. 자연스레 엄마와 아빠는 잠자리를 가지는 것을 피하게 되었고. 이런 이야기는 딱풀이가 더 크면 해줘야 하는데 엄마가 별 이야기를 다 한다. 그렇지?


그럼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조금 늦게 떠났던 여름휴가가 떠올랐어. 사실 그 해 여름, 엄마는 두 번째 책을 쓰고 있었고, 막바지 퇴고 작업으로 여행을 떠날 겨를이 없었어. 그렇게 미루다 떠났던 삼척에서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던 그날, 한 편으로는 휴가지의 자유로움에 취하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와이너리 투어의 무제한 리필 와인에 취해 짧은 순간이었는데, 설마 그 한 번이??


참 희한하지? 엄마 아빠가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갖은 노력을 다하고 최신 의학의 힘을 빌려서까지 아등바등 애를 썼을 때는 번번이 실패하던 일이었는데 말이야. 여자는 남자와 달리 배란기라고 하는 난자가 생성되는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시기가 아니면 임신이 불가능한데, 엄마 아빠가 휴가를 떠났을 때는 심지어 배란기도 아니었거든. 어쩌면 그전에 맞았던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이 엄마의 신체 주기를 조금 틀어놓았던 게 아닌가 싶다고 아빠와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어. 그럼 우리 딱풀이는 백신의 선물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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