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태동? 우리가 떨림과 울림을 처음으로 교감했던 날
태교일기 [33w0d] 딱풀이에게 보내는 12번째 편지 (D-39)
빠른 산모는 19주나 18주 차에 느끼는 경우도 있다는 태동을 엄마는 20주 차에도 21주 차에도 잘 느끼지 못했어. 태동이 대체 어떤 느낌일지 찾아보니 가스가 찬 듯하기도 하고, 물방울이 뽀글뽀글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다더구나. 낮 시간에는 출퇴근을 하고 사무실에서도 움직임이 있으니 네가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예민하지 못한 내가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 그래서 매일 밤마다 태동 느끼기 대작전이 시작되었지. 고요한 밤 침대에 누워 이 느낌인가 저 느낌인가 계속 의문표를 붙여보며 움직임을 감지하려 노력했지만, 이 조차도 소용없었어.
어느 날 새벽 눈을 뜨자마자 또 청진기를 대듯 배에 손을 가만히 얹고 태동을 감지하려던 찰나 침대 옆 협탁에 올려둔 핸드폰이 디리릭 울렸어. 이 새벽에 부서 단톡방이 왜? 의아해서 확인해 보니 엄마가 일하는 사무실 옆자리 동료가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하니 양성이 나왔다는 거야. 며칠 전부터 경미한 목감기 증상이 있었다는 고백이 이어졌어. 당시만 해도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야 확진 판정을 받던 시기라 그는 날이 밝는 대로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했어. 그가 새로운 소식을 보내올 때까지 엄마를 비롯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동료들 역시 회사에 출근하지 못하고 집에서 대기를 해야 했어.
홀몸이 아닌데 혹시 나도 코로나 확진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태동은커녕 미세한 미동도 느껴지지 않는 고요함이 그날 하루 엄마를 무겁게 가라앉게 만들었어. 다음날 동료는 PCR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고, 그다음 날 새벽 엄마 역시 보건소로부터 음성이라는 PCR 검사 결과를 받았어. 그리고 5일 후 출근을 위해 한 번 더 받은 PCR 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받았고, 그날 밤 엄마는 드디어 너의 움직임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어.
엄마는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어. 아 이런 게 태동이구나 싶었지. 책으로 배운 연애가 실전에 무용하듯, 출산 선배들의 화려한 경험담도 엄마에게 결국 도움이 되지 않았어. 글쎄 뭐랄까? 배꼽 근처에서 뭔가가 꿀렁이는 느낌이었달까? 빠르면 18주부터도 느낀다던 그 태동을 엄마는 22주 차가 되어서야 드디어 느끼게 된 거야. 그래서인지 첫 느낌 치고 꽤 강렬했어. 둔한 엄마가 답답했던 네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어디 이래도 못 느끼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강하게 신호를 보낸 게 아닌가 싶기도 해. 정말 그랬던 거니?
그래, 결국 임신과 출산도 나 혼자만의 경주가 아니었어. 너와 함께 하는 우리의 팀플레이였던 거야. 2022년 2월 15일, 우리가 떨림과 울림을 처음으로 교감했던 날, 난 우리가 서로 제법 잘 맞는 팀 메이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 딱풀아~ 엄마가 부족한 부분을 나무라지 않고 외려 잘 채워줘서 고마워. 우리 앞으로도 잘해보자!! 근데 그 첫 번째 태동의 강렬한 느낌은 어쩌면 엄마의 기억 속에서 자가발전을 하며 여러 차례 증폭되었는지도 모르겠어. 에이, 그렇다 해도 그냥 우리의 첫 교감이 성공적이었다고 기억할래. 기억은 원래 왜곡되고 편향되는 법이거든. 아! 그래서 기록이 중요하단다. 너도 기록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는 날이 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