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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작가 May 06. 2022

박시은 & 진태현 부부의 임신이 내게 준 확신

태교일기 [33w4d] 딱풀이에게 보내는 14번째 편지 (D-35)

"심장박동의 멈춤으로 아무도 알 수 없는 우리의 소중한 기회는 또 사라졌다. 5개월 동안 두 번의 아픔으로 상실과 절망의 감정으로 우리 두 사람은 잠시 모든 걸 멈췄다."

작년 이맘때쯤이었을 거야. 자려고 누워서 습관적으로 포털 뉴스를 휙휙 넘기다 한 기사를 읽게 되었어. 시험관 시술을 하고 있었나? 인공 수정인가? 아님 자연임신이었나? 두 번째였구나. 임신이 되었다 계류유산이 되었구나. 요즘 연예 기사들이 대체로 그렇듯 연예인들이 개인 SNS에 올린 소식에 앞뒤로 따옴표만 붙여서 전한 글이었어. 이런 기사라면 깊이도 울림도 없는 게 일반적인데 4D 체험처럼 육체적 고통과 아픈 마음이 전해졌어.

피검 수치로 임신이 확인되었을 때의 기쁨, 초음파 진료를 볼 때마다 조금씩 커지며 얼추 젤리 곰 형태를 갖췄을 때 차오르는 환희,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기 위해 매주 병원을 찾으며 포기하지 않았던 희망, 박동수가 정상적으로 빨라지지 않을 때의 불안,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을 긍정의 다짐, 심박 수가 다시 조금 빨라졌을 때의 안도, 심박동이 멎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을 때의 절망, 그 이후 자연배출이나 인공임신중절 수술의 고통, 몸이 느끼는 고통보다 더 큰 상실감.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엄마는 이 기사의 주인공인 박시은 & 진태현 부부를 마음속으로 조용히 응원하기 시작했어. 사람들은 세상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고 하지만, 이 부부의 일만큼은 흘려들어지지가 않았어. 이 아름다운 부부에게 새 생명의 축복이 내려지지 않는 게 꼭 엄마 아빠의 일 같아서 기사를 읽으며 함께 아파하고 슬퍼했어.

"유쾌하려 애쓰지 않고 이제는 슬플 때 크게 울 수 있음에 감사한 경험들이었다."

밝고 명랑한 감정은 좋은 것, 슬프고 어두운 감정은 나쁘 것이라는 이분법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엄마 역시 슬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유쾌한 모습으로 포장하려 애썼던 적이 많았어. 그래야 성숙한 사회인이자 어른이라 생각했어. 슬플 때 크게 울 수 있어 감사한 경험이라니. 엄마는 10번 가까이 실패하고도 시간이 더 흐르고서야 겨우 감사한 경험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게 되었는데, 고통의 터널 한가운데 우뚝 선 채 감사하다 말할 수 있다니. 진태현과 박시은 부부의 마음의 깊이가 존경스러울 정도였어.

지난해 가을 엄마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너의 존재를 확인하고도 엄마는 이 부부를 떠올렸어. 신이 있다면, 우리에게 그랬듯 이 부부에게도 축복을 내려주시기를. 엄마 말고도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염원이 모인 덕분인지 올해 2월 이 부부가 그간 두 번의 유산을 이겨내고 세 번째 임신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그 기사를 읽고 엄마는 마치 내 일처럼 기쁘고 감동적이었어.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았는지 진태현 배우에게 직접 인스타 DM을 보내기까지 했어. 엄마가 느낀 감동과 축하하는 마음을 직접 전하고 싶었나 봐.

진태연과 박시은 부부는 엄마 아빠보다 결혼이 1년 빨랐어. 그리고 4년 뒤 장성한 딸을 공개 입양했어. 두 번의 유산 후 다시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실의 날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 다섯 번의 유산 후 임신을 하게 된 엄마 아빠 역시 너를 만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어. 딱풀이 너를 통해서 세상에 기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면, 박시은 & 진태현 부부의 임신으로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어. 지금 엄마에게 남은 바람이 있다면, 흑호랑이 해에 태어날 너도 그 아이도 모두 건강하기를, 그리고 존재만으로 빛날 네게 감사하는 지금의 이 마음을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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