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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은 Dec 27. 2020

불협화음을 대하는 자세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음악에서 음정(interval)이란 음과 음 사이의 거리를 말한다. 서양 음악에서는 음정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두 음이 완전히 어울려 우리에게 안정된 느낌을 주는 ‘완전 협화음’, 두 음이 서로 잘 어울리지만 덜 안정된 느낌을 주는 어울림인 ‘불완전 협화음’, 그리고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음정  ‘불협화음’이다.  


 음악의 역사에서 성부의 수가 여러 개인 다성 음악은 8~9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이때의 음악은 완전 협화음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다 15세기 초에는 불완전 협화음이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음악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이후 몇 세기가 지나고 현대음악에서는 불협화음으로 간주되었던 음정과 화음을 주로 사용하며 낯설지 않게 즐기고 있다. 그런데 아직 불협화음을 낯설어하는 학생을 종종 만난다.


 “이 화음은 너무 이상하게 들려요. 악보가 잘못 나온 거 아닌가요? 마치 틀린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드네요.”

 협화음 사이에 기본적인 코드에 코드 외의 음을 추가하여 만든 코드인 텐션 코드가 조금  나온 악보를 치다가 나에게 질문한다. 그런데 나는 이미 이 정도의 불협화음은 익숙해져서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텐션 코드가 없는 악보는 너무 단조롭고 재미가 없게 느껴진다. 이것은 아마 서로 느끼는 익숙함과 새로움이 달라서 생긴 차이점일 것이다.


 대중들은 새로운 음악이 나왔을 때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익숙한 것을 더 좋아하는 경향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열린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19세기 후반 독일의 작곡가인 리하르트 바그너는 불협화음도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익숙함을 선호하는 음악 애호가들은 한동안 비난을 했지만, 나중에는 그의 음악을 받아들였다. 이제 불협화음도 음악의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어쩌면 불협화음은 인간이 만들어 낸 단어로 음악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화음과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화음만이 있다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음을 열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면 협화음과 불협화음이 공존하는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음악처럼 세상에서도 여러 화음이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화음이 만들어진다. 나와 꼭 맞는 사람과는 완전 협화음을 만들 수 있고, 대체로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불완전 협화음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나와는 잘 맞지 않는 사람과는 불협화음을 만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협화음을 내는 사람 하고만 지내야 하는 것일까? 인간관계에서의 화음도 음악처럼 익숙함과 새로움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잘 맞는 사이에서는 익숙함으로 안정감을 찾고, 잘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익숙하지 않은 새로움을 느끼게 됐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협화음으로만 이루어진 단조로운 곡에 흥미가 생기지 않듯이 세상에서도 여러 화음이 함께 있어야 재미있을 것이다. 모든 화음이 아름다움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모든 인간 관계도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레슨을 시작하고 많은 학생들을 피아노 앞에서 만났다. 그중에는 나와 정말 잘 맞는 학생도 있고, 이해하기 힘든 학생들도 종종 있었다.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학생을 만났을 때 진짜 나와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데 그 학생과 오랜 시간을 함께 수업한 후 깨달았다.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성향의 사람을 만나게 되어 처음에는 낯설지만 시간이 지나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면 나름의 관계를 만들어 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선 낯설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      




 나이가 한 살씩 많아지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지는 것을 느낀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불협화음처럼 느껴지는 새로운 문물, 그리고 어쩌면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되는 어린 세대들이나 혹은 앞선 세대를 만났을 때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한다. 나와는 다른 낯선 것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조화롭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불협화음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낸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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