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피아노반 수업을 하면서 내가 노년의 수강생들에게 가장 본받고 싶은 점은 바로 부지런함이다. 일생을 부지런하게 살아온 것이 습관이 된 분들은 시간도 부지런히 아껴서 사용할 줄 아신다. 그리고 부지런히 배우신다. 시간을 게으르지 않게 그리고 의미 있게 사용할 줄 아는 것이다.
피아노 수업의 시작 시간은 오전 정각 9시, 10시, 11시, 12시다. 수강생이 복지관에 도착하는 시간에 따라 수강생의 유형을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수업 10분 전에 여유 있게 도착하는 학생이다. 아침 일찍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나서서 여유 있게 도착한다. 그리고 책을 펴고 악보를 살펴보면서 천천히 마음으로 수업을 준비한다. 혹은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음악 이론을 공부하거나 책상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며 가상의 연주를 해보기도 한다. 이 유형의 수강생의 레슨을 들어가 보면 연습이 완벽히 되어 있다.
두 번째 유형은 수업 시작 시간 정각에 도착해서 바로 피아노 앞에 앉는 학생이다. 이런 유형의 수강생은 준비의 시간이 없었으므로 짧은 시간에 바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레슨을 하기 위해 조금 빠른 시간에 들어가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시며 연습이 조금 필요하니 잠시 후에 다시 오기를 요청하신다.
세 번째 유형은 수업이 시작되고 난 후에 도착하는 학생이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느낌으로 헐레벌떡 뛰어오신다. 이 유형의 수강생은 수업을 준비할 시간도 없고, 피아노에 집중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리고 레슨을 들어가 보면 대체로 연습이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세 가지 유형을 부지런함의 수치로 나타낸다면 당연히 첫 번째 유형이 가장 높을 것이다. 그냥 하루의 수업 시간으로 생각하면 짧은 몇 분의 시간의 차이다. 하지만 이 시간들이 몇 년이 쌓이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날 피아노를 시작한 두 명의 학생이 있었다. 한 분은 첫 번째 유형이었고, 다른 한 분은 세 번째 유형이었다. 그리고 피아노를 시작한 날로부터 5년의 시간이 지났다. 한 수강생은 많은 발전을 통해서 본인이 원하는 곡을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게 됐다. 다른 한 수강생은 아직도 기초 과정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복지관에 도착하는 짧은 몇 분의 시간 차이에는 부지런함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 다른 결과를 만들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이 결과의 차이를 재능의 차이에서 생긴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음악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 더 빠르게 악기를 습득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부지런함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악기를 배우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결국엔 재능이 부족해도 부지런함을 가진 사람이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내가 말하는 부지런함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그런 부지런함이 아니다. 꾸준히 반복할 수 있게 해주는 밑바탕이다.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최근에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들은 조금의 노력으로 많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너무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빠른 결과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배움에 있어서 그것은 별로 도움이 되기 않는다. 그것은 마치 약간의 투자로 큰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과 같다. 악기를 배우는 것이나 세상의 일은 모두 부지런히 그리고 성실하게 열정을 쏟아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부지런함을 실천하는 수강생은 다른 것도 부지런히 배우신다.
“오늘은 오전에 피아노 수업 마치고 요가를 하고, 서예 배우러 갔다가 저녁에 집에 들어가요.”
“와, 저보다 더 바쁘시네요? 그동안 평생 일하시고 조금 쉬고 싶지 않으세요?”
“선생님,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해요. 집에 있으면 게을러져요. 가만히 있으면 의미 없는 삶을 살게 돼요”
이 학생은 앞으로도 배움의 즐거움을 부지런함으로 실천하고 앞으로도 꾸준하게 배워 나갈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큰 성취를 얻게 될 것이다. 이런 분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도 성실하게 그리고 부지런하게 계속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면 더 깊은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