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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Oct 28. 2022

26화. 엄마

엄마의 역할

나는 왜 엄마가 되었는가?


아이들 키우고 직장생활 하며 그저 열심히 살았다. 내가 왜 엄마가 되었는지,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이고 싶은지, 엄마의 역할 그 핵심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사유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을 지,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다. 


암 진단, 재발, 전이를 겪으며 삶을 이어가기 위해 애쓰며 ‘엄마’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나는 왜 엄마가 되었는가? 내가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시작하니 아들은 대학생이, 딸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나는 왜 그 본질적인 질문을 하지 않고 그냥 살아왔을까? 아이들에게 나름의 최선을 다하면서도 무언가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의 원인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나는 엄마로서 나의 역할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자라온 경험과 주변의 사례, 책 등을 통해 알게된 것을 기반으로 행동했다. 전략적이지 않았다. 철학적이지 않았다. 질문하지 않았다.


이제, 내가 얻은 해답을 풀어본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한다. 아이들은 이미 내게 모든 것을 주었다. 엄마를 믿고 엄마에게 의지하고 엄마의 말을 듣고 엄마의 표정을 살피고 엄마를 안아주었다. 내게 기쁨, 사랑, 감사가 넘치게 했다. 아이들에게 내가 주어야 할 것은 사랑뿐이다.


사랑하고 믿고 응원하며 기다리면 아이는 스스로 자란다. 때로는 거짓말을 하고 친구와 다투기도 하고 엄마와 사이가 멀어지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나 역시 자라면서 경험했던 일들이다. 내가 믿고 기다리면 아이는 자신을 믿고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찾아 그 길을 나선다.


기도한다 


나의 경우,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표현하게 하는 힘은 기도에서 나왔다. 기도를 하는 행위 안에는 명상, 생각, 다짐 등 바라는 바를 행하기 위한 준비작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기도를 하며 마음을 다잡으면 행동이 달라진다. 아이들을 대할 때의 말투와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을 찾고 몸을 움직이게 된다.


믿는다 


'숙제를 했을까?’, ‘시험 준비를 잘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숙제를 했을 거야. 못했다면 다음에는 잘할 거야.', '시험 준비를 하고 있을 거야. 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야.' 이렇게 나의 생각을 바꾸기까지 많은 시간과 기도가 필요했다. 지금도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럼에도 노력한다.


응원한다 


엄마는 자식의 응원단장이다. 응원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온 마음과 정성을 다 하여 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덜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과도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조절하는 노력 말이다. 나의 응원이 나의 바램이 되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실망하고 좌절하지 않도록, 아이가 엄마의 실망과 좌절을 느끼지 않도록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다린다 


아이는 사람이다. 인풋을 주면 프로세싱되어 아웃풋을 내는 시스템이 아니다. 아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과 경험에 새로운 지식과 경험이 더해지고 자기 안에서 그것들이 융합되고 새로운 무언가가 되어 말, 글, 행동 등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수 없이 거치며 성장해 간다. 그런데 그 성장은 기울기가 양(+)인 1차 함수처럼 선형(linear)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주기가 일정한 계단식 형태의 상승도 아니다. 심지어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다시 상승하기도 한다. 긴긴 시간을 기다리다 어느 날 갑자기 올라선다. 그래서 답답하지만 기다려야 한다.



엄마가 믿고 응원하고 기다리는 과정은 수양의 과정이다. 이 수양을 조금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향한 시선을 나에게로 돌려, 나를 위한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엄마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즐겁게 하는 것, 나는 이 방법이 최선이라 믿는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기도하고 믿고 응원하고 기다리며 나의 삶을 사는 엄마! 그런 엄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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