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을 받은 후, 주위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유방암은 착한 암이래."
"지인중에 환자가 있는데, 항암치료 몇번 받고 잘 쉬어서 피부가 좋아졌더라구."
걱정하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의도였을것이다. 또, 나 역시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다. 수술 전부터, 치료 잘 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치료 이후의 삶을 꿈꾸었다.
나의 암종은 삼중음성이다. 삼중음성은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사람 표피성인자 HER2 이 세 가지 호르몬 수용체가 없어 해당 수용체에 맞춰 개발된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고 재발, 전이 등 예후가 좋지 않다.
나는 삼중음성에 브라카(BRACA) 보유자로 예방차원에서 자궁을 적출했고 지금 받는 치료가 성공한다면 남은 한쪽 가슴의 완전절제도 고민하고 있다.
첫 번째 수술은 정신없이 진행되었다. 의사는 유방조직을 최대한 많이 살리기 위해, 그러니까 암덩어리만 제거하기 위해 고민했다. 나는 가슴 한쪽 없어도 상관없다고 했으나, 의사는 재건수술을 권했다. 수술 이후, 3주 간격으로 항암치료를 받았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으나 차차 적응해갔다. 치료를 마치고 2주 후, 회사에 복귀했다.
몸 상태가 좋아져 복귀했던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항암치료를 받을 때에 비해서 좋아진 것이지 직장생활을 할 만큼 회복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이듬해 같은 자리에 재발 되었다.
두 번째 수술과 치료는 이전과는 달랐다. 이미 경험했던 고통이 밀려왔다.
재발에 의한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나는 몸을 만들었다. 산을 오르고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했다. 보이차를 마시고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을 더했다. 붓기도 빠지고 혈색도 좋아졌다. 의사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했고 전신 암 검사(PET-CT) 결과도 깨끗했다.
다시, 회사에 복귀했다. 복귀 3개월 만에 독감과 폐렴이 연달아 왔고 폐렴 치료 중 폐 전이 사실이 확인되었다. 다음 날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의사는 나와 비슷한 상태의 환자가 3년간 항암치료를 받았다고 하며 말 끝을 흐렸다. 나는 그 환자가 살아있는지 묻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는 명제로 알고 있던 죽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현실이 되었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부터 그 두려움을 안고 조심했더라면 전이되지 않았을까?
착한 암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