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수술을 받았다. 유방암 폐 전이 이후 11개월간 서른네 번의 항암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변화 없이 그대로 있는 암덩어리들을 제거했다. 병원을 옮겼기에 가능했다. 이전 주치의는 항암을 얼마나 계속해야 할지 모른다고 수술은 어렵다 했고, 계속되는 항암치료에 지친 나는 다른 병원으로 옮겼으며 새로운 의사는 수술을 권했다.
코로나 검사 음성 판정을 받고 입원을 했다. 흉강경 수술로 진행하는 것이기에 수술 후 일주일이면 퇴원할 수 있다고 하나 수술 직후에는 중환자실로 갔다. 의료진이 시키는 데로 숨쉬기 열심히 해서 다음 날 호흡기를 떼고 일반병실로 옮겼다. 양쪽 폐를 다 수술해서 몸에 구멍이 많이 생겼다. 수술 준비로 마음이 평안치 못해 글도 잠시 멈췄다.
나쁜 생각이 들 때마다 좋은 생각으로 바꾸려 노력 중이다. 의료진의 말투에도 부정문이 많은지라 가려들으려 한다. 수술 사흘 차에 한 담당의가 오더니 "기침해보세요. 그거 기침 아닌데,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 수술 후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이라 쳐다보지도, 답을 하지도 않았다. 그날 오후 다른 의사가 배에 힘을 주어 들이마시고 2초 후에 기침하라길래 그렇게 했다. 왜 알려주지 않고 짜증을 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그런 의사들이 많다. 5년 차 암환자인 나는 이제 그런 의료진은 거른다. 내 주치의가 그렇다면 주치의를 바꾸던 수를 내야 하나 그 이외의 의료진이면 어쩌다 보는 사람이니 무시한다.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이번 수술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수술이 끝나면 PET-CT 결과 깨끗할 것이며 이후 몸 관리 잘해서 완전히 일상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그런 상상을 하며 버텼다.
퇴원하고 집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딸아이가 꺼이꺼이 울었다. 나는 흉강경 수술로 몸에난 구멍을 못 봤기에 아이가 받을 충격을 예상 못했다. 엄마 몸에 구멍이 생겼다고 아파서 어떡하냐고 우는데 그때서야 거울에 비친 내 몸을 봤다. 한쪽 가슴은 없고 목, 등 여기저기 구멍에 주삿바늘을 찌른 곳 주변으로 멍이 시퍼렇게 든 그런 몸을 내 아이가 본 것이다. 아이를 달래고 차분히 이야기했다. 엄마는 아프긴 하지만 꼭 다 나을 테니 걱정 말라고, 수술을 네 번이나 하고 입원을 그렇게나 많이 했지만 엄마 이렇게 살아있다고, 힘내자고 했다.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폐를 둘러싼 상체의 고통이 생각보다 크다. 하지만 치료가 될지 여부가 불투명했던 지난날들에 비하면 수술이라도 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이가 내 옆에서 잠들어 있다. 엄마와 자고 싶은데 엄마 몸을 발로 찰까 봐 걱정이 된다며 침대 아래 이불을 깔고 누워 내손을 꼭 잡고 잠들었다. 가슴이 따뜻하고 아프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지켜준다. 나 역시 그들을 지킬 것이다. 이 고통도 잘 이겨 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