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맞는 의사를 만나다

by 정원

유방암으로 두 번의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를 하며 몸 이곳저곳에 문제가 생겼다. 병원에서는 머리가 아프다 하면 신경과로, 피부에 문제가 있다면 피부과로, 마음이 힘들다면 신경정신과로, 난소 전이가 걱정된다면 산부인과로, 여기저기 협진을 보냈다. 그렇게 약이 늘어갔다. 내 몸은 하나이니, 누군가는 나를 중심에 두고 종합적인 판단을 해 주기를 원했고 그게 주치의 기를 바랐으나 종합병원의 시스템은 그러하지 못했다.


입원 치료가 끝난 후 회사에 복귀했고 몇 달이 흘렀다. 시간이 갈수록 여기저기 탈이 났다. 나는 병원 측에 내 몸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 봐줄 수 있는 의사를 연결해 달라 요청했고 가정의학과를 추천받았다. 따뜻한 인상의 여 의사를 선택했다. 병원 생활에 지쳐갔던 터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분과의 만남이 내 치료의 전환점이 되었다.


첫 만남을 잊을 수가 없다.

가정의학과 교수는 내 상태에 대해 작은 것들까지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했다. 나는 두통, 설사, 기립성 저혈압, 손발 저림, 부종, 불면증, 요실금, 어깨와 팔의 통증 등을 모두 나열했다. 의사는 다 듣고 나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아이가 있는지 물었다. 중학생 아들과 어린이집 다니는 딸이 있다고 하자 그녀는 정말 큰 목소리로 “아침에 일어나서 애들 챙겨야지, 출근해야지, 퇴근하면 또 애들 챙겨야지. 운동은커녕 본인 몸 관리는 아무것도 못했겠네. 중학생 아들은 사춘기 와서 정신없을 거고, 학교도 안 간 딸은 엄마 졸졸 따라다닐 건데 무슨 몸을 챙기겠어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펑펑 울었다. 의사라기보다는, 워킹맘 선배가 후배에게 해 주는 이야기 같았다.


회사를 잠시 쉬고 몸을 챙기면 좋겠다

해 있는 시간에 산책을 하는데,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땀이 날 정도로 걷자

유기농 음식 등 몸에 좋은 것으로 먹되, 아이들 먼저 주고 남은 거 먹지 말고 엄마가 먼저 챙겨 먹자

근력운동을 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되 무엇을 하든 몸이 힘들어지기 전에 멈추자

요실금 약은 부작용이 많으니 운동으로 해결해 보자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을 어려워하지 말자


이렇게 3개월을 보내면 많은 약을 끊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30분가량의 면담 후 마음은 편안해졌고 머리는 시원해졌다. 자잘한 문제들은 벌써 해결이 된듯한 기분이었다.


의사의 솔루션대로 실천하고 몸은 회복되었다. 물론 삼중음성에 브라카 보유자인 내가 완전히 암을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회사 복귀 후 재발, 다시 복귀 후 전이 되었다. 전이된 후에도 그분을 찾았다. 너무 안타까워하시며 이제 정말 회사는 잊고 몸만 챙기자고 하셨다. 암이 가슴에 있는 것과 폐에 있는 것은 차원이 다르니 더 조심해야 하고 복귀 전에 했듯이 그렇게 잘하면 극복할 수 있다며 위로했다.


인공지능 시대가 오고 있다. 수술, 약 처방 등의 일들은 AI가 잘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환자를 따뜻하게 대하는 이런 의사들이 필요할 것이다. 내 몸의 장기들을 마치 특정 제품의 부품처럼 여기지 않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선생님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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