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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3화

운동화

by 정원
산책 중


20대 이후로 운동화를 거의 신지 않았다. 하이힐에 청바지가 좋았다. 엄마가 된 후, 유모차를 끌고 아이 손을 잡고 걸으며 운동화를 신기 시작했으나 그래도 출근할 때는 늘 구두였다. 그러다 마흔에 병원생활을 시작하면서 구두와 이별했다.


병실에 있다 보면 자꾸 눕게 된다. 슬리퍼를 신고 잠깐씩 움직이다가도 어느새 다시 눕게 된다. 그런데, 일단 운동화를 신으면 계단을 오르고 병원 둘레길을 걸었다. 병원을 벗어나 일상을 보내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을 때는 일단 운동화를 신는다. 그 아이를 신고 나면 나가서 걷게 된다. 지금도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와 책상에 앉았다. 운동 후 샤워를 마친 상쾌함에 창밖의 풍경이 더해져 마음도 가볍다.


봄을 타는 것인지, 기나긴 집콕 생활에 지쳐가는 것인지 한동안 운동화를 신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살만해지니 그동안의 루틴이 조금씩 흐트러지기도 하고 다른 무언가를 찾기도 했으며, 그 결과 몸이 무거워졌다.


다시 운동화를 가까이 한다.


늘 같을 수는 없으나 자꾸 돌아보고 노력하는 것은 삶을 지속하기 위함이다. 오늘은 저녁 식사 후에도 나가보려 한다. 걷기 좋은 계절이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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