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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25. 2019

공차보다 공실이 많은 나라

공실에 세금을 부과하면?

수요공급의 법칙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반대의 경우는 가격이 내려간다. 이제는 상식이 된, 시장의 원리다.


그런데 경제도 심리기 때문에, 생각만큼 수요공급의 법칙에 고분고분하지는 않다. 이상하리 만큼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떨어질 리가 없는데 하는 만큼 가격이 떨어진다. 누구나 부동산 가격이 오를 거라 생각하면 계속 오르고, 사람들이 불안해서 은행 돈을 인출하기 시작하면, 정말 은행은 망한다.


하방경직성


수요공급의 법치에 따르지 않고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를 하방경직성이라고 한다. 요즘 부동산 가격을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사람들이 많이 살고 싶어하는 경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한 건,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데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공실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이 대표적인 예다. 공실이 갈수록 늘어가지만, 임대료는 떨어지지 않는다. 공실이 많아지면 사람들이 덜 찾게 되고, 그러면 공실은 더 늘어간다. 그래도 임대료는 떨어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공실이 늘면 임대료가 내려가기 마련인데, 무슨 이유로 임대료가 더 올랐을까? 부동산 업계는 매입가격 대비 수익률을 확보하려는 건물주들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_조선비즈 「"공실 늘어도 임대료 올라"…프랜차이즈도 발 뺀 가로수길의 '역설'」 2019-05-02 기사

이렇게 공실이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다락같이 오른 임대료다. 가로수길 메인 거리 1층의 경우 3.3㎡당 월세가 120만~15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0%가량 뛰었다. 10년 전인 2008년에는 3.3㎡당 월세가 15만원 안팎이었다. 임대료가 올라도 손님이 늘어나면 수지를 맞출 수 있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_중앙일보 「10년 새 10배 오른 임대료」 2018-04-04 기사
한국감정원의 지역별 공실률 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경리단길이 위치한 이태원 상권의 중대형 상가(건축 연면적이 50% 이상이 임대되고 있으며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21.6%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가장 높다.
 _KBS 「경리단길의 몰락…“빈 상가 늘었는데 임대료 안 떨어져”」 2019-04-26 기사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를 거라는 신화가 있다. 그리고 절대 내리게 하지 않겠다는 건물주의 의지가 있다. 건물의 가격을 높이 유지하기 위해서, 임대료도 내리지 않는다. 그리고 언젠가 그 가격에 세입자가 들어올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수요공급의 법칙도 통하지 않는 것이다.


시장실패


이렇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시장실패라고 한다. 수요공급의 법칙이 제대로 작동해야, 경제적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데, 여기에 실패한 것이다. 이런 경우에 입법부는 어떻게 제도를 구성해야, 수요공급의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공실세


이건 우리만의 고민은 아니다. 세계 여러나라들이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캐나다와 호주는 이미 공실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리고 캐나다의 경우, 공실률을 낮추는 효과를 보았다.


캐나다 밴쿠버市는 도시 내 주택난이 심각해지고 주거비용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공실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 내 모든 주택이 적정한 가격에 활용될 수 있도록 6개월 이상 비어있는 주거 시설에 ‘공실세’(Empty Homes Tax)를 부과하기로 결정
 _서울연구원 세계도시동향 「다주택 보유자 장기 공실주택에 공실세」 2017-04-18 동향

https://www.si.re.kr/node/57252

호주 빅토리아州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주택난 해소에 역부족임을 깨닫고, 그 주요 원인인 빈집을 줄이기 위해 멜버른 도심 16개 구를 대상으로 2018년 1월부터 공실세(Vacant Residential Property Tax)를 도입하기로 결정
 _서울연구원 세계도시동향 「공실세 내년 시행…멜버른 도심 16개 구에 적용」 2017-12-04 동향

https://www.si.re.kr/node/58480


홍콩, 미국, 유렵도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밴쿠버 시의 케네디 스튜어트 시장은 ”공실 세금 도입 이후 전체 공실률이 1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실 세금 도입이 시의 렌트 시장을 안정화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_헤럴드경제 「‘빈집’에 과세? LA ‘공실 벌금’ 법안 검토 논란」 2019-06-12 기사
밴쿠버가 공실세 도입을 결정하면서 토론토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토론토도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거주난과 물가상승 문제가 나타났다.
영국 런던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도 공실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이미 프랑스와 영국, 미국, 이스라엘의 일부 도시는 빈 집과 빈 사무실 등을 비워둘 경우 세금을 중과하는 방식으로 공실에 대처하고 있다.
 _비즈조선 「세계는 공실과의 전쟁중…미국·영국·캐나다 공실세 도입 논의」 2017-10-23 기사


빌딩의 가격은 수십억 이상이다. 월세 100~200만원은 그에 비하면 푼돈이다. 빌딩의 가격이 내려가는 것보다는 월세를 안 받더라도 공실로 놔두는 게 건물주에게는 유리하다. 공실이 늘어나면 해당 상권은 무너진다. 세입자는 가게 자리를 구할 수 없고, 소비자는 갈 곳이 없다. 이 좁은 한반도에서, 이 좁은 수도권에서 공실이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건물주를 제외한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장기간 공실인 경우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건물주가 부담을 느껴서, 임대료를 낮춰서라도 세입자를 받게 할 정도의 금액이면 된다. 세입자는 최저임금 걱정만 하면 되고, 소비자는 갈 곳이 너무 많은데 주말이 짧다고 걱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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