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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ug 12. 2019

피하고 싶은 이야기

 _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목적이 관심의 환기라면, 아주 성공적인 책이다. 자세한 정보 전달이 목적이었다면 실패다.



엄청 읽기 쉽다. 중학생도 이해하기 쉬울 정도다. 아이가 질문하면 저자가 설명하는 형태로 구성했다. 더 자세한 사정이 궁금해지는 책이면서, 그 자세한 설명은 생략된 책이다.


읽다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나서 기아 문제 관련 책은 이제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그 자세한 속사정이 궁금하기는 하지만. 이러다가 또 언제 정우성 책에 손을 댈지는 모르겠다.



인상 깊었던 부분을 소개한다.


소말리아


아이들이 굶어죽는 대표적인 국가가 소말리아다. 소말리아는 국토도 넓고 물도 풍부한데, 사람들은 굶고 있다. 군벌 때문이다.


소말리아는 서로 적대적인 군벌(강대한 군사력을 배경으로 정치적 특권을 장악한 군인집단)들이 대립해서 대포와 칼리슈니코프 소총, 칼을 들이대고 싸우고 있어. 모두가 자신들의 군벌 대장에게 복종하고 있지. 각 군벌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권력과 부와 가축을 독점하는 것이다.


난민


난민이 넘쳐나는 캠프에서 간호사들이 하는 일이 있다. 안타깝지만,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난민 캠프 앞에서는 젊은 에티오피아 간호사가 피난민들을 선별하고 있었어.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조처였지. 120만 평방킬로미터가 넘는 광대한 에티오피아 국내외의 수백 명의 의사, 간호사, 사회활동가들도 그런 작업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었어. 어떤 선별작업이었냐고? 긴 여정에서 살아남아 아고르다드 난민 캠프에 도착한 피난민들은 대개 특별한 영양 섭취와 집중치료를 필요로 했어. 하지만 식량이나 의약품은 한정되어 있어서. 간호사들은 누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그 순간의 상태로 보아 누구를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이 좋을지를 결정해야 했어.


네슬레


1970년 칠레에서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아옌데는 소아과 의사 출신의 정치인이라서 유아기의 비타민 및 단백질 부족, 소년소녀들의 건강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었어. 그래서 그가 가장 우선적으로 내건 공약이 분유의 무상 배급이었던 거야. 그런데 당시에는 분유와 유아식을 판매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던 다국적기업 네슬레가 이 지역의 분유시장을 독점하고 있었어. 네슬레는 우유공장을 경영하며 목축업자들과 독점계약을 맺고 판매망도 장악하고 있었단다.


스위스의 다국적기업 네슬레는 칠레와의 협력을 거부했다. 그리고 아옌데의 (분유를 무상으로 주겠다는) 사회주의적 정책은 미국의 마음에도 들지 않았다. 결국 미국과 네슬레의 방해로 아옌데의 개혁은 실패한다.


1973년 9월 11일,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의 군부쿠데타를 도왔어. 아옌데와 그의 동지들은 대통령궁인 모네다궁에서 무력으로 저항했지. 오전 11시, 아옌데 대통령은 라디오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마지막으로 했고, 오후 2시 30분에 살해되었단다. 피노체트의 무차별 탄압으로 많은 대학생, 기독교 성직자, 노동조합 간부, 지식인, 예술가, 그리고 일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어. 그리고 아옌데 정권이 들어서기 전처럼 수만 명의 아이들이 다시 영양실조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되었지.


땅콩


세네갈에서 식량의 자급자족이 어려운 이유는 프랑스의 식민지 정책 때문이다. 강대국들은 아프리카를 침공한 후에 자국에서 필요한 작물을 심게 했다. 가나는 카카오, 탄자니아는 사이잘삼(섬유의 원료), 르완다는 차 농사를 했다.


세네갈은 프랑스 식민지였는데, 오로지 땅콩 농사에만 매달리도록 강요받았어. 그래서 지금까지도 이런 수출만을 위한 단일경작(모노컬처)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농민들의 땅콩을 정부에서 헐값으로 매입한 후에 큰 차액을 남기고 프랑스로 판매한다. 결국 부패한 관료만 배를 불린다. 그리고 그 돈으로 쌀을 수입한다. 세네갈의 주식은 쌀인데, 쌀을 수입해 먹는다.


세네갈의 국민들은 무척 부지런해서 식량을 자급자족할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식량을 수입해야만 하는 시스템이 된 거야. 게다가 식량 수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정부의 허가가 필요해. 그래서 고위 관리들이 식량 수입의 독점권을 가지고 막대한 재산을 모으고 있단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자국의 식량 생산 증진에는 관심이 없지.


안타까운 이야기가 많다. 그동안 외면해 왔던 이야기들이고, 아마 앞으로도 외면할 것 같다.




나는 들춰보지도 않은 알랭 드 보통 책은 읽은 척 떠들면서
유니세프 광고는 15초가 지나기 무섭게 SKIP 버튼을 누르곤 한다.

나는 모르는 건 아는 척하면서
아는 건 모르는 척하는 것 같다.

 _유병재 「블랙코미디」


보통이형 책이나 읽으러 가야겠다.


★★★★ 중학생에게 아주 적합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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